알라딘에서 영화 이벤트에 당첨된 게 벌써 두번째네요
처음 당첨 되었던 영화도 정말 즐겁게 봤지만
이번에 본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정말 응모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당첨 안내 문자를 받고 1인 2매,
누구와 함께 해야 가장 의미가 있을까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와 가깝게 지내는 언니는 일본어에도 능통하고 일본 친구들도 많은, 제 주변의 몇 안되는 '일본 통' 입니다
평소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본다면 의미가 각별할 거라고 생각했죠
언니는 흔쾌히 동행에 응했고 입장 한시간쯤 전부터 오늘 보게 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는 20대 초반의 여대생들입니다.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거리가 멀기도 한 세대죠.. 마음아픈일이야- 로 시작한 저희의 대화는 내내 무겁게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되어 티켓을 받고 티켓 배부처에서 판매가 진행된 윤정모 작가님의 '봉선화가 필 무렵'도 한권 구입해 가슴에 담았습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어쩌면 조금 충격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송신도 할머니의 위안부 생활에 대한 기억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소 감수성이 무딘편인 제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지켜봤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많은걸 잊고,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일본군에 의해 끌려갔고 그곳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조차 없을 만큼의
끔찍한 생활을 하셨다 라고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꽤나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고 누군가 알려주지도 않았었으니까요
송 할머니는 자신과 늘 함께 하는 사람들조차 믿지 못할 만큼 마음을 열지 못하셨습니다
그런 송 할머니께서 10년이라는 긴 싸움 동안 마음을 여시고 그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차피 너희들도 일본인이잖아? 라는 시선을 보내시던 할머니는
이 사람들이 나를 지켜주니까 괜찮아요 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향을 떠난 뒤로 입어 본 적이 없으시다던 한복, 금빛의 한복은 송 할머니께 어떤 의미였을까요?
일본에서는 일본인으로 살아야 한다며 한복이 무슨 소용이냐고, 기모노를 주지 그러느냐고 말씀하실땐
탕- 하고 무언가 머리를 치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에 할머니께서 한국에 방문하시고 수요 집회에 참가하셨을때,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버렸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할머니께서 한국말을 잊고 사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도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시고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말을 쓰시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으니까요
할머니께서는 충청도 억양이 배어있는 한국말로 한을 털어놓으십니다
중간중간 한국말이 막힐때마다 일본어와 함께 털어놓는 할머니의 한어린 외침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지내시는 나눔의 집에서 송 할머니는 한복을 입으시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시고
한국의 노래에 맞춰 한국의 춤을 추십니다
송 할머니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국의 어르신이었던거죠
할머니는 시종일관 전쟁은 나쁘다, 전쟁같은건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요즘 세상이 많이 뒤숭숭하죠. 북한과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공포에 떠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전쟁은 나쁘다는걸. 어느 하나 행복할 수 없는 것이라는걸
꽃다운 나이에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할머니의 외침은 단순히 할머니만의 한이 아니라는걸..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살아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송 할머니의 바람처럼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요? ..
저는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봤을때, '지지 않았다' 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일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꽃다운 나이의 할머니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지만 할머니들 마음속의 꽃은 지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 할머니께서 '재판에는 졌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이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됐죠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습니다. 세기가 바뀌고 많은 할머니들께서 일본의 사과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기도 하셨습니다
그만큼 우리도 많이 무심해져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여 할머니들께서 전부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일본 정부가 이 일에 침묵을 지킨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우리들이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모든 사람들이 한참을 훌쩍이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고
저와 언니도 나와서 한참을 이 영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언니의 일본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주제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 화가 났었다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습니다
우리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만 기억하고 더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죠..
요즈음 들어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열한 살 사촌동생에게 윤정모 작가님의 봉선화가 필 무렵을 선물해야겠습니다
마음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혹은 아이가 아직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감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 아픈 역사이기 때문에 더 올바르게 알고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 또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인 '워낭소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더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합니다
상업적인 성공보다도, 우리가 잊고 살았던 할머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웹서핑 중에 이 영화에 대한 블로그 뉴스를 봤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
너무 울어서 눈도 머리도 마음도 모두 아프지만 뜻깊은 자리였던것 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늘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좋은 시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알라딘에서 이런 좋은 행사에 더 앞장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