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주 동안 알라딘에 작가와의 만남(금난새 지휘자) 이벤트에 신청해 놓고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원래 2월 2일에 발표가 된다고 했는데 하루 종일 연락이 없어서 급우울 모드였는데 2월 3일 오후에 반가운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기쁜 소식이었지요. 마침 산부인과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버스 안에서 얼마나 흥분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 2월 5일 저녁, 임신 5개월의 무거운 몸이었지만 남편과 팔짱 끼고 오랜만에 홍대 앞을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이리까페에 도착해서(저랑 남편이 참석자분들 가운데 가장 일찍 도착했답니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하게 되었지요.

 

-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봤던 금난새 님의 모습은 늘 말없이 연주에 몰두하는 지휘자였지요. 과연 가까이서 보게 되는 금난새 님은 어떤 분이실까...참 궁금했습니다. 얼마전에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의 까칠한 지휘자의 모습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제압하시는 분은 아닐까...조금은 긴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만난 금난새 님의 모습은 한마디로 ‘너무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음악가’였습니다. ‘지휘자’라는 이름보다는 ‘음악가’라는 이름이 더 어울렸고,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보다는 ‘음악을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대단한 클래식 매니아가 아니라서 내심 주눅들고 긴장하고 있었던 저의 마음은 너무나 편하게 무장해제(?)될 수 있었습니다.

 

- 작가와의 대화는 일단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 얘기만 하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음악을 통해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열어 주신 금난새 님의 아이디어는 참 훌륭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난새 님은 마치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듯이, 아니 그보다는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우리들에게 곡을 설명해 주셨고, 연주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느낌을 물어보시기도 하셨습니다. 금난새 님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를 아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그날 멋진 연주를 해주신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 본격적인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금난새 님은 여러 가지 질문에 솔직하고 재미있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그날 참석자들 가운데 초등학생이 3명 있었는데, 금난새 님께서 일일이 아이들의 나이를 물어 보고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박수를 유도한 것입니다. 아마 그 아이들은 그날의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겠지요. 또 하나는 열심히 얘기하고 계신 와중에 늦게 이벤트 장소(이리까페)에 도착한 어느 분이 그만 입장하다가 천정에 머리를 쿵~ 부딪힌 돌발상황(?)이 일어났는데, 금난새 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분이 계신 곳까지 가서 괜찮냐고 하시더니 까페 관계자분에게 손님을 위해 표시를 해두라고 당부까지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 가운데 한분이시고, 여러 단원들을 거느린(?) 대지휘자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따뜻한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답니다.

 

- 그날 참석하신 분들이 질문하고 금난새 님께서 답변해 주신 여러 가지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를 정리해서 여기 적어 보겠습니다(혹시 금난새 님을 좋아하시는 팬이나, 금난새 님을 만나고 싶었지만 이벤트 당첨이 안 돼서 속상해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 클래식에 처음 입문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음악을 들을 기회를 자주 갖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만의 느낌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

*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이라는 책이 나오게 된 과정

- 처음에 낸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1,2>가 너무 반응이 좋자 출판사에서 교향곡 에 대한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다.

* 연주회를 하면서 연주복이 찢어졌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 연주복 겉감이 찢어진 것이 아니라, 안감이 찢어졌었다. 지난해에 연주를 150회 했는데 그렇게 연주를 많이 하니 연주복 안감이 그물망처럼 망가졌다. 그러자 연주복을 만들어 준 디자이너분이 새로 옷을 만들어 주셨다.

*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음악을 즐기면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휘자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연주자(단원)들에게 발동을 걸어 주는 사람이며, 관객과 연주자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 음악을 감상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작곡가가 왜 이렇게 썼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작곡가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음악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 교향곡의 매력은 무엇인가?

- 가장 표준적인 음악이다. 음식으로 말할 때 정식 코스요리라고 할 수 있다.

* 지휘자가 된 계기가 있었는지...

- 중학교 시절, 1960년대 활동한 미국의 지휘자인 번스타인이 연주하는 청소년 음악회를 AFKN를 통해 본 후로 지휘자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유학 시절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굥연을 보면서 청중에게 다가가는 지휘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음악회는 권위적이지 않아야 하며 자연스러워야 한다.

* 혹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신 적이 있는지...

-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저도 금난새 님에게 두 가지를 여쭤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답니다.

먼저 지휘자로서 힘들거나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없냐고 여쭤봤는데, 물론 힘들 때(예를 들어 KBS 교향악단 시절)도 있었지만 자신은 슬럼프를 슬럼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슬럼프를 미리 연습해 두는 편이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내가 잘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평소 집에서 가족들이 접시를 깨면 “아, 행운이 온다!”라고 외치신다고 하셨지요. 보통 접시가 깨지면 재수가 없다,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금난새 님이 평소 자주 들으시는 애청곡이 무엇이냐고 여쭤보았지요. 저는 어떤 클래식 음악을 얘기하실까...하고 궁금했었어요. 근데 금난새 님은 “이거, 비밀인데...” 하시더니 에롤 가르너라는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즐겨 들으신다고 대답해 주셨답니다.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서 좀 그런가요?” 하시면서 재즈 음악을 자주 들으신다고 참 솔직하게 비밀(?)을 얘기해 주셔서 감동했답니다.

 

- 두 시간 넘게 다양한 얘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신 금난새 님에게 참 감사했답니다.

그분이 하신 여러 가지 얘기를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이라는 게 어렵고, 무겁고, 소수의 매니아들이 즐기는 전유물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휘자라는, 음악가라는 존재가 우리가 동떨어진 별세계의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지요.

그저 공기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답니다.

 

- “진정한 지휘자라면 대통령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청소년 관객들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주해야 한다. 서울 공연뿐만 아니라 지방 공연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언제나 ‘Do Best!’ 해야 한다”.

금난새 님의 마지막 얘기는 오래도록 제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작가와의 대화를 마치고 책에 싸인을 받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참 행복했습니다.

추운 2월의 밤이었지만, 따뜻한 음악가 금난새 님을 만났기에 가슴이 참 따뜻한 밤이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해 주신 알라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아기 태어나기 전까지 이벤트 응모, 열심히 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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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2009-02-1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쓰러 왔다가 이 글 보고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너무 정리를 잘 해 주셨어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제가 쓸 부분이 많이 없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