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 필맥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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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에 박문출판사에서 보완하여 새로 내고, 저자가 원고를 집필한 것은 1939~1940년이라고 하니 이 책의 나이는 태동부터 치면 대략 70살쯤 된다. 그간 수많은 출판사에서 연이은 교정본을 낸 이 책은 아직도 서점 어딘가에서 정정한 기력을 떨치며 하얗게 쇤 수염을 가다듬고 있을거다. 이 책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워낙 오래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라 나는 딱히 흥미가 가지 않았다. [문장강화]라고 제목을 달고 있는데 문장에도 유행이 있고 나이가 있고 시대가 있어서 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걸맞는 문장이 있고 그에 따라 문장을 강화하는 방법 또한 달라진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도 권두에서부터 시대마다 문장이 다르다고 분명하게 써놓았으니. 그러나 백년전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가 빛깔은 다르지만 그 말을 뱉을 때 혹은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따스함은 여전한 것처럼 (물론,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문장에도 그러한 법칙이 있다. 이 책은 시대를 불문하고 글(장르를 불문하고) 을 쓰는 이가 가져야 할 좋은 글에의 시도 방법와 접근로를 안내하고 있다.

 

 

문장작법에 대한 설명을 가장 기본으로 두고 문장의 종류로 쪼개서 들어갔다가 그 문장이 집결해 완성하는 글의 종류로 커졌다가 글의 완성도와 매력을 좌우하는 문체까지 두루 다듬어보는 이 책을 읽고나면 왜 이 책이 이렇게 유명한지, 이 나이가 되도록 도포 자락 나부끼며 그 운중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70년이라는 간극 때문에, 설명을 위한 인용글이나 문장에서 혹은 설명 스타일 자체에서 오래된 책방의 삭은 종이냄새가 어쩔 수 없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책이다. 올해 초까지 유독 많이 출간되던 여타의 '글쓰기 안내서'에서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던 '글쓰기의 품격'을 지키며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전통마을 서당에 가면 뵐 수 있는 위엄있으면서도 자상한 서당 선생님같은 느낌이랄까.

 

 

 어려운 한자어나 복잡하고 현란하고 무진장 긴 문장을 구사했기 때문에 '품격'이 느껴진다고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글의 품격은 얼마나적법한 어휘와 표현을 구사했는지와 독창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문장과 내용을 담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이 인용한 글과 문장 그리고 이 책 자체가 품격있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근데, 아무래도 옛 글이 많이 인용되다 보니 엄청난 한자어, 생전 처음 읽는 한자어도 종종 등장했다. 친절한 각주가 없었으면 이 책의 품격을 이해하는 데 머리 꽤나 굴려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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