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사랑의 순간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연잎차를 마시고 있었다.

쓰지도 떫지도 않은 순한 찻물을 가만가만 삼키며 시를 마셨다.

시를 읽는 사이 내 마음도 가만가만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은근히 떨리는 가슴

설레임을 채 감추지 못해 살풋 허리를 휜 내 속눈썹.

애써 교태를 부리거나 진하게 멋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사랑에 가슴이 뛰었다.

시집의 끝에서 시인은 그랬다.

살아 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감동을 잃지 않고 있다는 증거.

시인은 거기 살아서

세상에 대한, 예술에 대한 감동을 잃지 않고

끝내 여전히 스무살의 그것 같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손등이 짜릿하고 뒷목의 솜털이 곤두서는

핑글팽글 어지럽고, 오래 참았던 숨을 짧은 한숨으로 토하게 하는 그 아찔한 긴장

그러나

어디있나요, 보고 싶답니다, 언제 오나요

순하고 선하고 조용하고 얌전하고 여린 기다림, 애틋함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 어떤 이는 예쁜 말이 적힌 시집의 한 장 한 장을 잘라내어

꼭 거기다 편지를 쓰곤 했다.

시인의 말과 그이의 정겨움이 거기서 부둥켜 안고

나에게로 와 내 마음까지 끌어안곤 했던 그 어떤 이의 편지

나는 내 편지를 여기 이 시집 [속눈썹]에 적고 싶어졌다.

아무 그림도 장식도 없는 하얀 바탕에

조개 속껍질처럼 은근하고 눈물나는 이 싯구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어졌다.

여전히 사랑의 그 생생한 아찔함과 감동으로 살아있는

이 시인의 마음과 내 마음을 한데 묶어

꽃다발처럼 보낸다면,

어느 가뭄의 논바닥처럼

건조한 내 마음도 그 사람들의 마음도 우리 같이

눈부신 꽃향기에 파묻혀 사랑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깜박 속았지

한낮에 붉은 입술

땅이 푹 꺼졌어

눈 떠보니

가만히 닿던

그 서늘함

흔적 없었지

거짓말이었어

꿈이었지

한낮의 꿈

붉은 너의 입술

산을 열고

돌로 쪼개고

흙담을 허물고 나와

너는

내 마음속

가장 어둔 곳을

살짝 치켜세운

속눈썹 같은

한송이 꽃이었다네

-본문의 한 편

'한 낮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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