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의 국어책 - 글쓰기가 쉬워지는 문법 공부!
이재성 지음, 이형진 그림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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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국어를 '공부'한다는 게 마뜩치 않았다. 이미 읽고 듣고 말하고 쓰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인가? 의사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고 읽지 못하는 책도 없고 쓰지 못하는 것도 없는데 도대체 국어를 뭘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그래서 국어 수업 시간은 늘 지루했고 국어 시험은 꽤나 만만했다. 하아.... 그렇지. 뭘 모르니까 이런 생각을 했다. 다들 이런 철없고 멍청한 시기를 한번쯤 보내면서 어른이 되는 것 아닌가? 국어를 이토록 만만하게 보던 잼민이는 그래서 언제 어른이 되었냐고? "세상에, 맙소사! 국어가 진짜 어려운 거구나!"하고 화들짝 놀라면서 어른이 되었다고 한다. 아니, 국어를 대충 쓰면서 어른 흉내를 내다가 형편없는 자기 자신의 국어 능력을 마주하곤 황급히 겸손해졌다고 해야 맞겠다.


누구나 자신의 모국어를 깊이 공부해야 한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언어는 곧 그 사람 자신이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가 곧 그 사람의 영혼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보여준다. 언어는 영적인 것이라,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규모가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크기가 되는 것이다. 언어를 열 평 정도 밖에 못 쓴다면 그 사람 즉, 그의 정신과 영혼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도 열 평 정도이겠고 만 평 규모의 언어를 쓰는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크기대로 넓고 깊은 세계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난 이후에, 그러니까 더 이상 국어교과서가 없는 나이가 된 이후에는 무엇으로 국어를 공부할까?


서점에는 국어를 더 잘 하고 싶어하는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책들이 있다. 특히 글쓰기 안내서는 정말 정말 말도 못하게 많다. 최근에는 특히 글쓰기 관련한 책들이 더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개인이 SNS에 자기 매체를 한 두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시대이니, 자기표현 즉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잘 하고 싶어하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 그러다보니 별의별 글쓰기 비법들이 다 등장하고 이 중에 진짜 괜찮은 책을 찾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맛집 중 최고는 원조다. 2006년 초판 1쇄를 출간한 후 국어 문법책으로서의 최고 입지를 다져온 [4천만의 국어책]이 이번에 전면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 [5천만의 국어책]이 바로 그 책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기본은 문장이다. 문장은 글을 이루는 최소단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서 문법에 집중한다. 좀더 정확한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단어와 소리에 관한 규칙도 다룬다. 저자가 이 책의 개정판을 준비할 때,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흐름과 예시 등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처럼 쉽고 직관적이다.



360페이지가 넘는 도톰한 책이지만 무척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일단 정말 재밌다. 문법을 주제로 한 책이기에 다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독자의 발목을 잡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문법을 세밀히 안내하는 내용은 친절하고 일러스트는 유쾌하다. 문법 설명이 이어지는 문단을 징검다리처럼 밟아가다 감초같이 나타나는 일러스트들을 보면 이해도 더 잘된다. 내 경우에는 띄어쓰기를 설명하는 부분을 특히 정독했는데,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열어 볼 예정이다.


책 맨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말랑말랑하고 쓸모 많은 국어 문법책'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문구에 100% 동의가 된다. 이렇게 쓸모 많은 국어 문법책을 이제야 만났다니!!! 4년 전에 교원자격증 과정을 공부했는데, 그 때 이책을 곁에 두고 공부했다면 당시에 느꼈던 문법 이해의 어려움을 이 책이 많이 덜어주었을텐데 말이지. 하지만 지금이라도 만나 얼마나 다행인가.

글이 짧을수록 문장은 더 중요하다. 정확하고 정교한 문장,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 오늘이라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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