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홈쇼핑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79
이분희 지음, 이명애 그림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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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만 방송되는 홈쇼핑 채널이 있다면 어떨까? 하얀 소복에 머리를 길게 풀어내린 창백한 쇼호스트가 나와서 오늘 밤에만 파는 아주 특별한 한정 상품을 소개한다면? 가령 소원을 이뤄주는 도깨비 방망이나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해주는 여우 꼬리 같은 것들. 그런 상품들을 소개하는 홈쇼핑채널이라면 잠을 설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칼같이 본방 사수할텐데.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선 이런 유니크한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

로또는 원래 기다리지 않는 자에게 찾아가는 법. 이런 특이한 채널을 보게 된 행운은 어느 심란한 꼬마에게 찾아갔다. 독각면에서 큰할아버지와 둘이 살게 된 찬이는 고물 티비에서 우연히 도깨비 홈쇼핑 채널을 보게 된다. 찬이가 혼자 있을 때만 방영되는 이 특이한 홈쇼핑 채널은 판매 상품도 참 별스럽다. 도깨비 감투니 도깨비 수염이니 하는 것들을 판다. 진짜 촌스럽게 생긴 외형에 상품 대금도 떡갈나무 잎으로만 받는 이 홈쇼핑 채널, 참 특이하다. 언젠간 우리 집 티비에서도 꼭 한번은 나오면 좋겠다는 기대가 크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부모님과 도시에서 살다가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별안간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로 전학가게 된 찬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주 보지도 못했던,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큰할아버지와 큰할아버지의 시골 동네, 큰할아버지의 집. 심지어 마을 이름은 촌스럽게도 '독각면'이다. 차가운 도시 소년인 우리 찬이. 이 시골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여기 이름이 ‘독각면’이잖아. ‘독각’이 무슨 뜻이게”

명석이 말에 어제 본 면사무소 간판이 생각났다.

“뭔데?”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다.

“도깨비야, 도깨비! 히히.”

“도깨비? 너, 바보냐?”

“진짜야! 우리 할매가 그랬어. 우리 마을은 옛날 옛적부터 ‘도까비골’이라 불렸다고 했어. 도까비가 지금 말로 도깨비거든. 그런데 그걸 한자로 말하면 ‘독각귀’래. 재밌지. 그치?”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명석이를 똑바로 봤다. 명석이는 싱글벙글이었다.

“독각이라는 말이 진짜 도깨비야? 그럼 여기가 도깨비 마을이라는 거야?”

29쪽

 

 

그 도깨비 마을, 나도 가서 함 살아보고 싶네. 휴가를 떠나지도 못하는 마당에 독각면에서 한 달 정도 살았음 딱 좋겠다. 거기에 찬이 큰할아버지, 명석이네 가게가 있다면 더없이 좋을텐데.

찬이가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큰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신통방통 홈쇼핑]은 신비로운 도깨비의 도술을 무척이나 잘 활용한 재미있는 동화다. 요즘 도깨비는 오밤중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막 그러지 않는다. 홈쇼핑을 개설해서 적법하고 체계적으로 도깨비의 도술을 판매한다. 와우!!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 [신통방통 홈쇼핑]은 동화작가 이분희 작가의 최근작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전개되는 시골 생활 적응기랄까. 도시 생활과는 모든 것이 다른 독각면의 생활에 적응하는 찬이의 생각과 마음이 성숙해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따듯하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아주 정겹다. 말없이 찬이를 돌봐주는 찬이의 큰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찬이의 친구들인 대성이, 명석이, 주영이 그리고 명석이의 할아버지 등 독각면의 어른들. 만약 이런 분들이 있는 시골동네가 정말 있다면 지금이라도 귀농하고 싶을 것 같다. 무엇보다 독각면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단연 도깨비 홈쇼핑이다. 떡갈나무 잎사귀를 누구보다 잘 주울 자신이 있는데 나도 좀 어떻게 이 홈쇼핑 이용할수는 없을까?

 

 

휴가철이라 그런지 책을 추천해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어딘가로 떠나기는 좀 어렵고 그렇다고 이 휴가 기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에는 너무 아쉬우니까. 그래서 편안하게 그리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책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신통방통 홈쇼핑]은 휴가철에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함께 읽기에 더더욱 좋다. 어른이 읽으면 마음을 다정하고 깨끗하게 씻어주고, 아이와 함께 읽으면 아이에게 어려움과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를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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