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물리학 - 사소한 일상이 물리가 되는 즐거움
이기진 글.그림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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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의 세계를 살게 된다. 생각이 내 선택과 행동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주변 자극이나 주위 사람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빚어진다. 사람은 평생 주위로부터 흡수한 영향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흔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말은 지금 주변으로부터 받은 영향과 다른 영향을 받고 싶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니 사람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껏 나를 둘러싼 익숙한 자극, 내가 아는 영향이 아닌 전혀 새로운 자극과 영향을 찾아야 한다. 그런 자극과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접근이 쉬운 도구가 바로 '책'이다.

 

 

책은 본래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도구였다. 힐링이나 감성 충전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위로를 받기 위해 읽는다고 하는 시조차 실은 고도로 정제된 언어의 과학이다. 시를 읽다 보면 치열한 생각의 훈련 끝에 시인이 빚어낸 한 올, 한 올의 비유와 표현, 사유의 깊이에 경탄하게 된다. 사물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시인의 눈이 어느새 나에게로 전이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독자는 그동안에 살아왔던 익숙한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다.

 

 언어의 과학인 '시'가 새로운 삶을 선사한다면 '자연 과학'은 어떨까?

 

 

물리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학문이다. 물리학은 삶의 철학이 될 수도 있고,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으며, 내가 가진 사상의 지평선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의 이치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우주를 내다보는 방식, 바로 그것이 ‘나의 물리학’인 것이다.
5쪽 서문 중에서

 

 

[하루하루의 물리학]을 쓴 이기진 교수는 물리학을 ‘시선’이라고 말한다. 사물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눈처럼 물리학자 역시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서의 특별한 눈이 있다. 일상 속에서의 물리학, 각자의 삶 안에 있는 물리학의 세계에 대해서 쓴 [하루하루의 물리학]은 그래서 별난 책이다. 힘의 원리나 작용으로서의 물리학이 아니라 삶으로서의 물리학을 만나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세계, 나와 나를 둘러싼 사물을 다시 보게 만들어줄 놀라운 렌즈를 장착하게 될 것은 확실하다.

 

 압력은 뭔가를 누르거나 압박하는 힘이다. 세상의 모든 물체는 압력이라는 물리적 틀 속에 살고 있다. 즉 형체가 있는 모든 물체는 압력을 받게 되어 있다. 우리의 몸도 대기압이라는 적정한 압력 속에 존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압력인지도 모른다. 

 

 

 물리적 압력 말고 심리적 압력도 있다. 학생 때는 시험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잠도 못 이루고 불안에 떤다. 그래서 압박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꾸만 딴짓을 하고, 공상을 하고, 일탈을 꿈꾸면서 현실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책 122쪽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이기진 교수의 독특하고 별난 센스는 이 책을 무척 돋보이게 한다. 책속에 삽입된 일러스트들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가끔 빵빵 터지게 웃도록 만든다) 본문 내용은 단순한 과학서적이 아닌, 과학책과 인문학 사이의 아주 가느다란 교집합 영역에 서 있다. 성인을 위한 쉽고 일상적인 물리학 교양서로 매우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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