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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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책 리뷰를 올린 지 10년째다. 홈베이킹에 빠져서 순전히 레시피 기록, 공정 기록을 남기려던 목적으로 시작한 블로그에 책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블로그는 아주 사적인 공간이다. 이 ‘사적’이라는 단어의 뜻은 ‘비밀스럽다’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뜻이다. 온라인에 내가 쓴 포스팅을 오픈한다는 건 불특정 다수에게 ‘나 자신’을 공개한다는 거다. 블로그를 한다는 건 나를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니 블로그에는 자연스럽게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만 모인다. 내 블로그의 경우, 베이킹과 책 그리고 공연이나 전시나 뭐 그런 문화예술 활동들이 그런 것들이다. 나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다른 말로 내가 무척이나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 블로그 =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 이런 공식이 성립한다.

 

 그렇게 10년 정도 책 리뷰를 써오면서 내가 올린 리뷰의 형태는 여러 번 바뀌었다. 내 의식의 흐름이 그렇게 바뀌어온 것이리라. 처음에는 단순히 ‘이 책 읽고 이런 걸 느꼈다.’ 정도였던 소소한 리뷰가 소위 ‘짬’이 늘면서 점점 허세가 짙어지고 덩치를 부풀리기도 했다. 어떤 시기에는 정말 대충 읽고 썼구나 싶은 리뷰들이 떡하니 포스팅되어 있기도 하고 읽은 책에 대한 애정이 1도 없어 보이는 리뷰들도 여럿 있다. 물론, 모든 책 리뷰가 잘 쓴 리뷰이기는 어렵고 모든 책을 애정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사족이지만, ‘요즘은 진짜 왜 만들었지?’ 싶은 책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사정이 그렇다해도 책 리뷰를 10년 정도 쓴 블로거 스스로 창피하다고 느끼는 책 리뷰가 블로그에 있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내 독서기록을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옘병... 일단은 그냥 둔다. 대신 돌파구를 찾아본다. 그래서 작년부터 대체 서평이란 걸 어떻게 써야 좋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거다.

 

 [서평 글쓰기 특강]은 숭례문학당의 김민영, 한겨례교육문화센터에서 서평 입문을 가르치는 황선애 강사 둘이 서평쓰기의 기초에 대하여 쓴 책이다. 서평쓰기는 읽기와 쓰기가 병행되는 활동이다. 서평쓰기를 위한 읽기부터 서평의 얼개와 완성까지 단계별 특징들을 간추렸다. 해당 문학당과 인연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평이란 무엇이냐에 대하여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인터뷰 내용까지 책 뒤에 실려 있다.

 두 명의 저자가 각각 쓰고 싶은 목차 부분을 맡아서 집필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중복되는 부분도 보이고, ‘이런 내용이 왜 이 꼭지에 들어가 있지?’ 싶은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을 좀더 정리하고 책을 냈으면 요점이 확실하고 책도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책은 유익하고 재미있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읽기부터 달라야한다는 지적과 서평이라는 글의 구조를 짜는 방법, 얼개에 살을 붙이기 위하여 던져볼만한 질문 등 독후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이 쏠쏠하다.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든가, 책을 읽고 감상을 쓰기는 하는데 좀 더 수준 높은 서평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모두 좋을 책이다. 즉, 기초가 필요한 사람 그리고 기초는 있지만 다음 단계로 가는 사다리를 타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읽어도 좋다.

 ‘서평은 결국 자신을 위하여 쓰는 것’이라는 제목에 공감한다. 읽기와 쓰기는 무척이나 사적인 활동이다. 블로그가 개인의 취향을 집합한 사적인 공간이듯, 읽기와 쓰기 역시 서평이 어떤 영향을 불러오든 간에 애초부터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읽기와 쓰기가 나에게 무엇을 주기에 그러냐고? 이 책의 부제는 그런 면에서 참 잘 지었다. '생각 정리의 기술' 서평 글쓰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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