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작가 - 우리가 사랑했던
조성일 지음 / 지식여행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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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작품 외에 어떤 활동이나 업적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것이 작가로서의 얼굴을 지어주진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고한 작가들을 떠올릴 때 그의 얼굴이나 그의 생활이나 그의 습관 같은 인간적인 어떤 모습이 아니라 그가 남긴 작품의 제목으로 혹은 그 속에 담긴 한 구절로 그들을 떠올린다. 


 서평 전문지인 <삶과책>에 연재되었던 ‘그리운 그 작가’시리즈가 책 [그리운 그 작가]가 되어 나왔다. 시인, 소설가, 수필가, 동화 작가 등 작고한 한국작가 28인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고 간 한국문학계의 별들. 그들의 얼굴과 생활, 그들이 살다간 모습은 어떠했고 그것이 그들이 작품과는 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차분한 어조로 이 책 [그리운 그 작가]는 전한다. 
 


 한국의 근대와 현대는 참으로 고단하고 위태로웠다. 여러 사회학자나 연구자 혹은 의사들이 한국이 역사적, 사회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집단적 트라우마를 앓고 있음을 수년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이 트라우마에 요동치는 한민족의 정서를 보듬고 지탱하고 다져온 것은 문학이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정서는 시와 소설, 동화와 수필 등 한국의 지난 역사 속에서 빛을 냈던 이 작가들의 작품에 빚을 지고 있다.

 

 

 

 

 [그리운 그 작가]는 그런 작가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들려준다. 박경리, 이효석, 백석, 이상 등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아는 작가들뿐 아니라 권정생, 마해송, 홍명희 등 한국 문학과 문학사에 낯선 사람에게는 생소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모두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최명희 작가님의 얼굴을 몰랐는데 이 책에서 보고는 너무 미인이시라 놀랐다든가, 황순원 작가님이 무척이나 심지가 굳은 선비이셨구나 싶어 <소나기>가 더욱 좋아졌다든가, 이런 감상들이 28개의 꼭지를 읽을 때마다 이어진다. 작가들의 생애를 반추하면서 그들의 육필원고나 생가 등 사진 자료들도 적지 않게 수록하여 읽는 재미가 더하다. 신문용이었던 원고를 서적용으로 다듬어 내셨다는 저자의 수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한국 문학사의 세세한 맥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한국 문학계의 바탕이 된 문학계의 별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작품이 어떤 것이었고 그것은 지금의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책 [그리운 그 작가]를 통해서 알게 된다. 애초에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작고한 작가들을 추억하고 그리며 그들을 떠올려보는 데에 있었는데, 책이 되어 나온 지금 이 책은 우리가 빚지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잔잔한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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