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공부 -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는
서광 지음 / 학지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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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세상에서 끌려 다니지 않는 단단한 마음공부는 불교의 유식 30송을 기반으로 합니다. 유식 30송은 4~5세기에 인도의 바수반두가 불교수행의 핵심을 체계화하고 완성한, 대승불교 심리학의 가장 권위 있고 대표적인 교재입니다. 그는 괴로워하는 인간과 깨달은 인간의 마음 구조와 기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해방으로 나아가는 5단계의 마음수행 과정을 30편의 짧은 시로 표현했습니다.
본문 6~7쪽

 

 단단한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부터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할 일이다. 단단한 마음이란 무딘 마음이나 닫힌 마음과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 않을까. 흔들리지 않고, 어떤 말이나 환경에도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인간 관계를 아예 정리해버리라는 조언이 많은 이 시대에 [단단한 마음공부]라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어느 책의 제목과 같이, 나를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대상은 아예 인간관계에서 잘라내 버린다든가 주파수가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여 내 인생에서 그들을 지워버리는 일은 매우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그걸 그렇게 저질러 버리는 것을 단호하고 냉철하고 단단한 마음이라고 오해하는 일도 그래서 많은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을 곰곰이 읽어보면 단단한 마음은 그리 녹록하고 쉬운 게 아니다. 생의 모든 고통은 결국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기원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 해방으로 나아가는 마음이야말로 단단한 마음이 아닌가. 부지런한 공부와 마음 수행 없이 이르기는 쉽지 않을 터다.

 

 그래서 요즘은 유독 철학과 역사의 인문학 서적을 통하여 이 마음 공부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서점가만 해도 눈에 띄는 제목이 [이천 년의 공부], [천년의 질문] 등 어마어마하다. 철학과 역사서가 점령한 인문학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는 것은 이러한 책들이다. 서광스님이 불교 경전인 유식 30송을 풀어 쓴 [단단한 마음공부]와 같은 책 말이다. 종교의 경전으로 치부하기 쉬운 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 생리에 대한 여러 분석과 관점들이 들어 있다.  


 그간 서구 가치관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이 우리들의 마음 공부에 주요 교재들이 되어 왔다. 프로이트니 칼 융, 아들러니 하는 학자들의 이론으로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 영혼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런 모든 시도들은 만족할 만한 결과는 주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는 경전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따지고 보면 종교도, 철학도, 심리학도 결국 다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들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하여’!

 


 내 마음 내가 모른다는 것은 자기 마음은 제쳐 놓고 유식을 붙잡고 공부하니까 어려운 것입니다. 주교재인 내 마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느낌인지, 내가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알아차리거나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유식은 이론이 먼저가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고 깨달은 사실을 설명해 놓은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설명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9쪽

 


 법정스님이 선가구경이라는 불교 경전을 번역하여 출간한 [깨달음의 거울]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경전을 읽되 자기 마음속으로 돌이켜 봄이 없다면 비록 팔만대장경을 다 읽었다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두고두고 곱씹을 만큼 멋진 말이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고, 내 마음에 어떤 영향도 넣어주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변화 같은 것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이 책을 한 권 다 읽는다고 해서 유식 30송이라는 어려운 교재가 단번에 이해가 되고 꿰뚫어지는 건 아니다. 읽는 일과 깨닫는 일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번 깨달아진 생각이라고 해서 거기가 깨달음의 끝이 아니라 계속 그 다음 단계로 깨달아나가는 것이 깨달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용기를 내어 공부를 하다보면 결국 내가 바라던 그 ‘해방’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마음공부가 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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