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들 땡땡이 무늬 양말 하나에 구조주의가 숨어 있는 줄 미처 알았을까?
[사물의 철학]은 참 재미있는 책이다. 일단 이야기마다 잡은 소재들이 매우 친숙하고 친밀하다. 냉장고, 축구, 가로등, 포스트잇, 팝콘.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 대하여, 내 생활에 아주 당연하게 들어와 있어 그것이 거기 있는 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던 것들에 대하여 저자는 글을 썼다. 그들의 쓰임에 대하여? 글쎄, 그것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겠다. 그 사물의 타고난 쓰임에 대하여기도 하고, 그 쓰임에 내재된 인간의 성질에 대하여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이 그 본연의 쓰임을 어떻게 바꾸었나에 대하여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것은 ‘그 사물의 쓰임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어떻게 바뀌었나에 대하여‘ 이기도 하다.

 

 이 300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와 참 많은 줄다리기를 했다. 때로는 저자가 잡아 끄는 줄에 훅 딸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저자와의 팽팽한 힘싸움을 하며 내 쪽으로 줄을 당기기도 했다. ‘너무 확대해석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고, ‘아, 이건 정말 기가 막히네.’ 싶을 정도로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줄다리기는 꽤나 피곤했지만 이런 책은 어쨌건 읽는 즐거움을 준다. 나는 왜 이에 대하여 동의하는가 혹은 나는 왜 이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가. 이 두 가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자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굳이 저자와 줄다리기를 하며 읽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저자가 이끄는 대로 술술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아주 흥미롭게 사물을 바라본다. 뒤집어보고 던져도 보고 굽혀도 보고. 양말 하나에 얼마나 집요한 시선이 얽혀 있는지, 냉장고 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명의 원한이 얽혀 있는지 깜짝 놀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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