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정조, 영조, 사도세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새로이 바라봅니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네요^^
역사에 관심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영조가 하나뿐인 친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고 결국 사도세자의 맏아들인 정조에게 왕위를 물려 준 사실 정도만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지식도 여기서 많이 나가지는 않고 그저 인조는 그나마 붕당정치가 극한에 치다른 시절 정치력을 발휘해 당파 간에 세력을 조절하며 오래오래 장수한 왕이었고 정조가 훌륭한 임금이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의 손에 아버지가 죽는 것을 제 눈으로 본 정조가 어떻게 훌륭한 임금이 되었으며 영조는 왜 그리고 어떻게 친아들을 죽일 수가 있었을까 라는 당연히 생긱만한 의문도 가지지 않고 있었어요. 그저 조선 시대는 태종 때부터 왕권이 강력한 적이 별로 없어서 권력을 두고 신하들끼리 왕족끼리 죽이고 귀양보내고 모함하는 등의 피비린내 나는 다툼을 벌이면서 정작 백성들이 살기에는 너무도 힘든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기 때문에 그 와중에 아들까지 죽이는 극한의 상황이 있었겠거니 했을 뿐이었죠.
그리고 평범한 역사책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이 느낄만한 심리 예를 들어, 연산군이 폭군이 된 것은 생모인 윤씨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해서 왕위에 오르자 어머니를 죽이는데 가담한 아버지의 후궁과 권신들, 할머니인 인수대비 등을 무참히 죽이는 등 폭정을 일삼았다라고요. 그런데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에서는 그 보다 한차원 높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왕의 치적과 모순을 관찰하고 비판하는데요. 요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있을 것 같아요. 또 이왕이면 아주 자세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각 인물의 태어난 배경, 동시대의 시대 상황 정도는 알아 두면 더욱 재밌게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은 왕권이 신권을 넘어서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론이 있는데요. 선조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붕당정치가 조선에 뿌리를 내리면서 당은 점차 비대해져 갔고 당론이 치열해지면서 신하들은 왕명이 아니라 당명을 따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에는 유난히 왕 독살설도 많고 신하에 의해서 당의 이익을 위해서 왕이 교체되는 사건도 발생했고요.
영조는 어머니가 천인인 최숙빈이었지만 최숙빈을 등에 업고 영조를 앞에 세워서 자신의 권력을 보존하려던 노론 세력에 의해서 왕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다른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강한 의심을 받았고 입지가 약한 어머니 때문에 노론에 많이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왕이었고요.
이 영조를 책에서는 인심 좋은 주인장(ESFJ)- 판매왕, 호텔 지배인, 참모 등에 잘 어울리고 왕에는 적합하지 않은 성격을 가짐 - 이라고 하는데요. 성격을 이루는 요소를 내향(I)-외향(E), 감각(S)-직관(N), 감정(F)-사고(T), 실천(J)-인식(p) 4 쌍으로 구분짓고 1 쌍에서 한가지씩을 뽑아와 4가지를 조합하면 한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해요. 영조는 활달하고 사교적이고 현실적이며 계획을 세워서 실천할 수 있는 의지력도 있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출신과 왕이 된 과정에서의 숱한 사건들 때문에 어머니에게 의존적인 마마보이에 자격지심과 열등감,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성격과 이런 일련의 성장과정이 맞물리면서 왕으로써는 자질이 부족한 면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그 과정을 읽고 있다면 고개가 끄덕여직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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