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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아버지와 아들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송사련-송익필, 이원수-이이, 허엽-허균, 선조-광해군, 인조-소현세자, 송갑조-송시열, 윤선거-윤증 조선 시대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시대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고 역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부자의 이야기이니 역사서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게에 대한 이야기이니 인문서이기도 한 책..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허엽-허균, 송갑조-송시열 부자였습니다. 다른 부자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경우 관심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이들 두 부자간의 관계 형성이 역사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소상히 담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허엽-허균 부자는 순응과 거부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아버지 허엽은 공사 모두에 있어 그저 세상이 주는대로 요구하는대로 순응하면서 살았고 아들 허균은 이런 아버지에게 반발이라도 하듯 현실에 대해 비판의 행보를 늦추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조선시대의 사회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홍길동전>의 작가로, <난설헌집>을 지은 허난설헌의 동생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허균이 당시에는 행동이 거칠고 예를 모르는 종자라고 조정과 사대부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끝내는 모순 덩어리 조선을 뒤엎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쿠데타까지 도모하다가 발각되어 죽음을 맞은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세파에 전혀 휘둘리지 않다 못해 오히려 시대착오적일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고지식함을 지닌 아버지가 시대에 순응한 아버지와 정반대의 호기로운 삶을 살다 간 아들의 대비가 재밌기도 하고 부자간의 묘한 역학 관계가 허균이라는 자존의식 투철한 이단아를 낳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송갑조-송시열 부자는 허엽-허균 부자와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반되는 길을 걷는데요. 송시열은 이덕일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학문을 배척하고 주자학만을 중시한 주자학의 대가로 주자학의 발원지인 명이 멸망해가는 마당에도 주자학과 명을 옹호하는 인물인데요. 때로는 자신의 학문적 이념이나 당론과 맞지 않는다면 왕의 의견도 무시할 만큼 주자학을 절대기조로 삼다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송시열의 이러한 행보의 원인은 그의 아버지 송갑조의 인생을 살펴보면 찾을 수가 있어요. 주자학만을 숭배하고 벼슬길이 막히는 것에도 아랑곳 않는 아버지의 꼿꼿한 절개와 의리를 자식이 이어 받은 것이죠. 송시열 개인으로서는 아버지(친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 명과 명의 학문 주자학)에 평생을 의리를 지킨 것이지만 송시열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탓에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잃고 조선은 쇄락의 길을 걷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되어버려요.
그야말로 다른 듯 하면서도 뗄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