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에서 40%나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당장 구입했다. 아마 펼쳐보기가 없었다면 표지만 보고는 별 흥미를 못 느꼈을 것 같은데 몇페이지 훔쳐보고는 반해서 바로 책을 구매했다. 이 책 뿐 아니고 같은 작가가 쓴 시리즈 책들도 같이 구입했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들고 이 책이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서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은 더 감성이 풍부한 어른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이 나이에 무슨 동화책에 그리 빠졌느냐고 할 사람도 많겠지만 어른, 아이 불문하고 이 책을 보고 좋아히지 않을 수 있다는게 더 신기할 지경이다. 나를 한눈에 매혹시킨 부분은 14, 15 페이지다. 왼쪽 편에 수련 그림이 한폭 사진으로 실려있고 밑에 짤막한 글 한 토막이 있다. <수련 그림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습니다..>라고 정말 아름답다. 모네가 한창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궁핍한 삶을 살다가 말년에 가서야 그림을 몇 점 팔아서 겨우 살 곳을 마련했다는데.. 사람의 고정관념이랄까 익숙함에의 갈구(??)랄까 하는 것의 무서움을 느낄 수가 있는 부분이다. 그 시대에는 보이는 그대로 누가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 관심사였기 때문에 모네처럼 그 시각 그 장소에서 내가 받은 인상을 화폭에 옮기려는 시도는 기괴하고 쓸데 없는 짓으로 받아들어져셔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이 인정을 받지 못했다니 그 어리석음이 정말 안타까울 지경이고 내 안에 있는 어리석음이 답답하다. 아.. 말이 많이 길어졌는데 왼편에 <수련 그림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습니다..>라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림의 사진이 실려있고 이 중에서 오른쪽에 있는 수련을 확대한 사진이 오른쪽에 실려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을 뿐입니다.> 정말 그렇다. 사진 가득한 한 송이 수련의 그림은 사실은 흰색, 누런색, 푸른색, 노란색, 분홍색 등등의 유화물감이 덕지덕지 묻어있을 뿐이라 그게 수련인지 알기도 힘들 지경인 것이다. 사실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미술사를 배우면서 모네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뭘 배웠는지도 기억도 안나고 모네의 작품에 대한 강렬한 인상도 전혀 없었는데 이 짧은 두 페이지가 내 뇌리에 강인한 인상으로 남다니.. 두껍고 어려운 미술사 책이 아니고 얇고 쉽게 쓰인 동화책을 통해서 나는 정말 강한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