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사실 부끄럽게도 황석영이라는 소설가를 잘 알지 못했다. 모랫말 아이들, 장길산, 바리데기 등의 작품 제목은 들어보았지만 그리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먼저 보았더라면 그렇게 나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나갈 뻔 했을 것이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작가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조금씩 연재되던 이 작품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보통 인터넷 서핑을 하듯이 큰 관심두지 않고 여러 페이지를 클릭하고, 블로그에 들어가보고 눈에 띄는 글은 조금 읽어도 보면서 웹서핑을 하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우연히 그 블로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개밥바라기별의 연재 중 한 장면과 만났다. 정말 그냥 눈길이 스치듯이 지나갔을 뿐인데 눈길을 확 끌어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순식간에 그 페이지를 다 읽어 본 나는 맨 처음 페이지로 돌아가서 죽 읽어나갔고 그날까지 연재된 분량을 다 읽었을 때에는 매일매일 다음 글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블로그에 들어가 보곤 했다. 그리고 연재가 끝나고 블로그에서 글이 비공개로 돌려져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 대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잠시 멍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그 길로 당장 책을 주문해 버렸다.

나는 성장기 소설을 좋아한다. 다른 이들이 다 겪는 그 성장기 아픔을 제대로 겪지 않고 지나가서인지 이제 자리를 어느 정도 잡았어야 마땅할 나이, 아니 적어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라는 대충의 감이라도 잡았어야 할 나이에 말하자면 제2의 성장통을 겪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한번의(사실은 훨씬 많겠지만) 큰 고통은 겪고 넘어가야 한다고 누가 내게 말해 주듯이 그렇게 아픔을 겪고 있다. 사실 남들 다 겪는 첫 사춘기도 그냥저냥 보내고 또 남들 다 힘들어하는 고등학교 생활도 아무렇지 않게 마친데다 한번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나는 막상 인생의 가장 큰 고비가 될 수 있는 앞으로의 나의 삶을 결정지어 버릴지도 모를 그 결정을 쉽게 해버렸기 때문인지 대학에서 맘을 잡지 못하고 힘들게 지내고 있다. 이제 와서 인생이 무언가, 내 삶은 무언가 무엇을 하고 살다 죽어야 행복하게 죽을 것인가 매일 이런 고민에 머리를 쥐어틀고 있다보니 늘 눈에 들어오는 건 심리학 책이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다. 그냥 읽고 즐기고 잊어버리면 그만인 소설은 많지만 그런 소설에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성장기 소설에서는 얻을 수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많은 성장기 소설들이 있고 정말 좋은 작품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이만큼 주목을 끌고 흡입력 있는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읽고 나서 공허함에 시달리지도 않고 읽으면서 나와는 동떨어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임을 지각하면서 불편한 혹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마음이 느끼지도 않는다. 작품에 홀딱 빠져 읽고 나면 내가 잠시 별세계에 다녀 온 듯 멍멍한 느끼이 들지만 이내 그래.. 하게 되는 작품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읽든 그 사람을 이 작품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것이다.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든, 이미 성장기를 무사히 마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든, 이미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추억 삼아 더듬어 보는 사람이든 무언가를 얻어갈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이들 어떤 방식이든 영향력을 끼칠 만한 힘이 이 작품에는 있다고 본다.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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