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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논술의 기예 - 바판적 사고 학습 프로그램
이상하.조관형 지음 / 파워LEET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혼자서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적어도 스터디나 강의를 통해 실습과 피드백 과정이 결합되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식화 연습에 있다.
기출 문제들의 지문을 일단 논증 구조를 중심으로 도식화하는 연습은 학술적 글쓰기나 논술 훈련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문두의 요구사항을 잘 감안해서, 출제자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논술 개요 작성에도 나의 논증을 도식으로 정리해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 간단한 요약부터 시작하여, 제시문의 입장들을 비교하며, 상호간의 논리적 연관에 대해 연습하도록 배치한 구성은 매우 효과적이다. 단계별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
문제의 해설도 지문들을 하나 하나 따로 분석한 후, 논제에 맞추어 전체 구조를 정리하며 하나의 글을 완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우 친절하게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들의 강의 노하우가 녹아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독자의 추측으로는 아마도 고시 학원 강의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어서인지 무언가 대단한 비법을 보이려는 과시나 오바가 많다. ('실전' '기예'와 같은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냄새가 난다.)
장점만큼이나 분명한 단점도 도식화에서 찾을 수 있다. 도식화를 위한 도식화도 많다! 수긍이 안 가거나 무언가 오류가 분명한 지문 분석과 도식화도 많다. (워낙에 모든 것을 도식화하다 보니...)
그리고 패턴들을 책에서 제시한만큼 많이 익혀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예시 문제와 예시 답 등등에서도 문제점들이 많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판단한 예시 답안은 저자들의 것이 아니라 고대에서 제시한 수시 기출 문제의 모범 답안이었다.)
세세한 문제들을 모두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두 개만 언급해 보겠다.
1. 부록 문제 04(398쪽 ~): 이 문제는 문제 자체가 참으로 난감하다. 노직의 글과, 롤즈를 비판하는 승계호, 그리고 롤즈의 글, 이렇게 세 개의 제시문은 이책이 출판된 2008년 보다 현재 더 관심을 받을만한 좋은 글들이다. 그런데, 세 개의 지문으로부터 저자들이 제시한 관계에 바탕한 논술 문제가 어떻게 가능한가? 주로 기출문제들을 이용한 이 책에서 가장 난감한 문제였다. 승계호 선생의 글에야 롤즈를 비판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나온다지만, 발췌한 노직의 글이 그 유명한 케이크 자르기 사례를 통해 절차적 공정성에 바탕한 정의론을 펴는 대목에 대해 분명한 논쟁점을 가지는가? '저자들은 최초의 소유'에 관한 언급에서 단서를 찾은 것 같은데, 과연 설득력이 있을지... (원래 노직은 오히려 롤즈보다 더 강력하게 자유주의를 외친다.)
2. 265쪽 예제 02: "핸드폰과 무전기가 공유하는 어떤 특징은 돌하루방과 ( )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괄호에 들어갈 것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1) 제주도 (2) 해녀 (3) 가나다라 (4) 장난감 모형 (5) 신앙심"
이 문제에 대한 각주 설명을 보면, 무언가 기발한 문제를 보고 수정 번역한 문제로 파악된다. 하지만 기초 논리학 강의를 들은 사람은 이 문제가 '사용-언급 혼동'(use-mention confusion)을 범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건 좀 심각한 오류같다.
결론: 책에서 제시하는 단계별로 초고작성-검토와 토론-최종본작성 정도의 단계를 거치며 연습하기에 적당한 책. 논증의 구조분석을 확실히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논리학과 학술적 글쓰기에 최소한의 소양이 있는 사람과 함께 스터디를 해야할 듯. 저자들의 관점이나 제시문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