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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Make it scream, Make it burn
나는 책표지가 주는 첫인상 느낌을 대체로 믿는 편이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제목까지 보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이 먼저 나에게 '똑똑똑' 노크한다. 홍보하는 문구에서도 사용된 단어, '인간적인 시선'이라는 단어에서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요즘 무작위 글쓰기에 관하여 나름 혈안이 되어있는 내 머릿속을 간파하듯 다가온 책이기도 하다.
소제목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을 예고한다.
52블루, 우리는 다시금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레이오버 이야기, 심 라이프, 저 위 자프나에서, 그 어떤 혀로도 말할 수 없다,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최대 노출, 리허설, 기나긴 교대, 진짜 연기, 유령의 딸, 실연 박물관, 태동.
인상 깊었던 산문 한 두개의 작품의 제목만 언급하려고 했으나 제목을 쓰면 사진첩에서 사진이 꺼내지듯 그 내용이 상기되어 다 쓸 수밖에 없었다.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을 공유하며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그의 무질서한 언어는 자신에게 투사된 언어에 전면적으로 저항한다. 그가 횡설수설 지껄이는 말들은 미지의 것을 거짓으로 읽어내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읽어낼 수 없는 것에 몰두한다. 간극 속에서 우리가 늘어놓은 투사를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간극 자체를 인정한다.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레슬리 제이미슨
나는 글을 쓰면서 다른 이들이라면
조롱거리로 치부할 법한
삶이나 믿음에 대한 글을 쓰는 데
점점 몰두하는 스스로를 알아차렸다.
결국 회복이란 또 하나의 환생 이야기다.또 하나의 환생 이야기다.
윌리스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알면 "당신 안에 혼잡하고 덥고 느려 터진,소비자들의 지옥 같은 상황을 의미 있는 것을 넘어 신성하기까지 한, 별들을 밝히는 것과 동일한 기세의 불길로 타오르는 순간으로 경험하게끔 하는 힘이 실제로 생길 것" 이라고 말한다.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레슬리 제이미슨
책을 읽는 내내 소재에 대한 낯섦과 동시에 방대한 지식에 대한 감탄, 글 속에 숨겨진 작가의 철학적 명언을 찾아내는 재미가 느껴졌다. 단편 산문집을 보는데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묘사도 인상 깊었다.
인물에 대한 예상치 못한 조합에 대한 서술, 인물에 깔린 배경들은 몇 문장을 통해 그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에 대하여도 반성을 많이 하였다. 얕은 지식을 가지고 글을 써보겠다는 풋풋함에 너무 서툴러 보일 뿐이라고나 할까? 펜 하나 들고 혹은 타자를 연신 쳐대며 도대체 무슨 글을 조합할 것인가, 제대로 완성이나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나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출처 모를 막막한 자신감도 생겨서 신기했다.
흉내라도 내면서 노트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며 이면지를 꺼내 떠오르는 단상들을 메모했다.
누군가 그랬다.
내가 찾아낸 것이 진짜고 내가 느낀 것이 정답이며, 그러니 당당하게 이야기하라고.
그리고 다짐했다.
레슬리 제이미슨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이 작가가 직접 추천한 책을 읽으며 독서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