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가 가족물이고 <인 더 풀>이 에로라면, <라라피포>는 포르노입니다. 욕망의 묘사가 적나라하기가, 그리고 그들의 삶이 비루하기가. 등장인물들이 겪게되는 지저분한 사건들과 그들의 추악한 반응들은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 느껴집니다. 아시다시피,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다들 반쯤 미쳐있잖아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겁니다. 자포자기한 인간들이 회복불가능할만큼 철저하게 망가지는 순간, 그 파멸을 운명인 듯 순순히 받아들이는 장면에선 어떤 비장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동정할 수 없는 종류의 인생들이지만 그들 앞에 놓여있는 '죽음' 이외에 다른 '탈출구'도 없어보이구요. '절망'에조차 둔감해진 소설속 인물들의 무감각은 지금 저의 상태와도 유사한 것 같아 섬뜩하군요. 제가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이전 소설들이 그런 거지같은 세상을 이쁘게 포장해서, 가령 20대 여성독자나 청소년들이 감당할만한 말랑한 수준으로 묘사했다면, <라라피포>에선 갓 잡은 멧돼지를 피투성이인채 식탁에 올라온 듯한, 날것의 느낌이 듭니다. 같은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하드한 소설입니다. 묘사에 있어서나 절망감의 강도에 있어서나. 저로서는 앞서 읽은 소설보다 <라라피포>가 훨 맘에 드는군요. a lot of people을 빨리 발음하면 라라피포처럼 들린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