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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암 검진과 수술, 함부로 받지 마라!"
이런 도발적인 문구가 띠지에 실려 있다.
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병을 방치하는 편이 치료를 받는 것보다 고통이 적을 수 있다는 거다.
치료를 받는 편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뿐더러,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보장도 없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잉 검진 및 진료, 약물 과다 복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병은 최대한 방치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나름 여러 가지 근거를 들고 있는데, 솔직히 신뢰하기 망설여지는 수준으로 기술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2012년 미국 의사회가 발간하는 어느 잡지에"(37쪽), "1990년대 영국에서 진행된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50쪽; 대체 무슨 실험인지 이름조차 말하지 않음.) 등인데, 실험이나 문헌의 제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게 꽤 많다.
근거가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자의 주장에 상당히 동의하는 편이다.
내 생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임신, 출산으로 산부인과에 자주 갔다)
일단 귀찮기도 하고(접수-대기-광속진료-처방 등의 과정),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굴거나(공포 조장) '그렇게 몸을 관리하면 어떡하냐'는 식의 어투로 나를 죄인 모드에 젖게 만드는 의사들을 만날까봐(종종 만났다) 가기 싫다.
게다가 하나마나한 소리를 늘어놓는 의사도 있다.("스트레스를 피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여러 검사를 받게 만들고 이것저것 약을 잔뜩 처방하는 의사를 만날 때는 뭔가 속는 기분이다.
물론 환자를 속이지는 않겠지만, '봉'이 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병에 걸리는 것보다 그 병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고통스러울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질병을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신체적 통증, 가까운 사람들의 고생, 경제적 부담 등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 치료에 적극적일수록 오히려 고통이 증가한다면?
치료를 받아도 삶의 질이 현저히 낮아진다면 치료를 받아야 할까?
잘 본다고(치료 잘 한다고) 소문난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수술하고 약 잔뜩 받아오는데도 '이제 안 아프다'는 말을 듣기가 힘들다.
그렇게 아픈 채로 계속 살아야 한다면 병원 안 가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병에 대해서 계속 신경 쓰면서 사는 것보다는 마음이 홀가분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내 몸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어떤 죽음(삶)을 원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