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태우스님 서재에서 본 책이다. 관련 글을 읽고 사두었다. 머리가 좀 복잡해서 편히 쉬려는 마음으로 가볍게 빼들었다가 당황했다. 빠져들어서 1권 절반 쯤 읽다가 다시 마태우스님 서평을 찾아보니 이런 경고가 있다.

"그러니 뭔가 꼭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펼치지 마시라."(http://blog.aladin.co.kr/747250153/6518600)

그 말을 기억했어야 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나흘 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읽었다. 아니, 잘 수가 없었다. 지금도 눈이 빨갛고 정신은 혼미하며 입술에 물집이 생기려 한다.

 

1990년 초 일본, 중학생의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죽은 소년이다. 죽은 채로 계속 등장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세 권이나 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굉장히 느린 느낌(간간히 빠르지만)인데, 그래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더 긴장감을 주었던 것 같다. 작가는 사건과 등장인물을 물고 늘어지고 씹고 뜯고 맛보고 파고들어서 끝장을 본다. 느린 전개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중학생)의 심리 묘사는 단연 돋보였다.(특히 죽은 소년)

'아니 중학생이 이렇게 어른스럽단 말이야!'

라고 놀라면서 자연스레 나의 중학 시절을 떠올렸다. 가족과 학교, 친구들, 선생님, 성적, 인기 등 그 시절에 나도 했을 법한 고민과 생각들. 물론 작가가 표현하듯이 어른스럽게 생각한 건 아닐 테지만 나름 진지했던 기억이 난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뒤따르는 생각은 '어쩌면 난 아직 중학생 수준에서 못 벗어난 걸지도 모른다'는 것.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학교라는 '체제', 부모와 자식, 교사, 언론, 교육, 법, 자살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도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소설 속에서 보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점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우리 사회와 많이 닮은 일본(소설의 배경) 사회를 보며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돌이켜 보기도 했다.

 

1권 후반부에서 2권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범인(?)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상당히 자주 나오는 암시) 조금 흠이었지만, 구체적인 전개는 조금 의외였다. 마지막에 가서 작가가 힘이 빠져버린 느낌. 죽은 아이의 노트를 더 살리길 바랬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핵심 줄거리와 잔가지(?)들이 연결된 부분들도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심리 묘사와 유머러스한 표현이 좋았다.

 

 권 당 600쪽 이상 3권이나 되는 분량이니 결코 가볍지 않다. 마태우스님 말을 기억하자.

"그러니 뭔가 꼭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펼치지 마시라."

 

 

#리뷰는 왜 1,2,3권 한꺼번에 안 써지는 건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