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름은 필요하지 않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오지 않는 기다림마저

 

 

 

---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아무도 곁에 없다고 해서 반드시 외로운 것도 아닙니다. 삶도 사랑도 어차피 홀수라고 누군가는 말하고, 사랑도 삶도 온전히 짝수여야 한다고 또다른 누군가는 말합니다.

 

  가끔씩 서해 바다의 먼 섬을 떠올립니다. 한 번쯤 다시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가보지 못한 섬.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단단히 마음 먹지만 그 언제가 언제일지 도통 모를 섬. 그저 다시 꽃 피었다 꽃 지는 시절에 지는 꽃잎처럼 흘러 가야지 다짐하고만 있는 섬.

 

  태풍의 예보는 늘 소금기 바람을 머금고 여기로 불어오네요. 조금씩의 비가 정말 조금씩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폭우의 폭우가 내려 이 세상을 한 번 푹씬 적시고 푹 담갔으면 좋겠다고... 그 위로 외롭지만 단단한 섬 하나 그 물에 뿌리내리며 솟아올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밤 조용한 방 안에서 초(초가 없다면 작은 스탠드의 등이라도)에 등을 켜 보십시오. 스스로를 태우는 초의 빛으로 방 안의 순간 환해질 때

 

  '섬' 하고 마음 속으로 천천히

  '섬' 하고 불러보셔요.

 

  정말 긴 이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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