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신학의 눈으로 본 성경
최경환 지음 / 지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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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에 대한 책이 이제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는데 좋은 일이다. 나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지만 학자에 대한 소개부터 방법론, 각론까지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서 솔직히 따라가기도 힘들고 헷갈리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성경을 기반으로 공공신학의 의제들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을 통해 의제를 공유하는 것은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공공신학 자체의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책을 받아서 읽어보니 더 반가운 것은 이 책이 키워드로 ‘복음의 청중, 유배와 회복, 번영하는 삶’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하고 적실한 키워드이고 공공신학 뿐 아니라 오늘날 교회와 신학이 주목하고 천착해야 할 주제라 생각한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 키워드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만 잘 읽어도 한권 독서의 유익은 넘어서는 유익이 있을 것 같다. 이 키워드로 성경본문을 읽어가면서 주요한 신학자들의 논의도 충분히 소개하고 있고, 저자의 문제의식도 충분히 드러내고 있으며, 섣불리 결론짓지 않고 생각의 여지도 잘 마련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평이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곱씹어 읽을수록 저자가 군데군데 배치해놓은 문제의식들이 보인다. 체계적으로 써놓지 않아서 딱 잡히지는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시원한 느낌은 좀 덜할수도 있지만, 어떻게보면 독자는 안잡히는 개념들을 굳이 잡아내려고 애쓰거나, 저자는 그걸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는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름의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저자가 도전하는 부분, 씨름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예언자적 증언에 대한 태도, 대조 대항 공동체에 대한 이해, 번영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저자의 문제제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토론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토론의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신학을 추구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저마다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공공성을 말하는데, 결국 신학이 가리키는 방향과 대상이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공공 선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며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 공적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특정 소수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사적 삶이 정당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공공 신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들은 분명합니다. 그들은 바로 공적 공간에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외치는 주변화된 이들이며,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당하고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결국 모두를 위한 선택이고, 이것이 신학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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