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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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죄수들이 격리된 섬. 폭풍우로 인해 갇힌 보안관. 섬의 숨겨진 비밀과 악몽을 꾸는 보안관의 과거.

영화로도 제작된 데니스 루헤인의 수작.

 

p11
언젠가 에밀리는 나한테 시간이란 책갈피 같은 것이어서 내가 내 인생이라는 책 속을 이리저리 훌쩍훌쩍 뛰어다니면서 내게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 있는 페이지로 자꾸만 되돌아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p12
아마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요즘은 내가 물건을 엉뚱한 데다 갖다 놓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안경을 잘 잃어버린다. 자동차 열쇠도. 가게에 들어갔다가 내가 뭘 사러 왔는지 생각이 안 날 때도 있고, 극장에 갔다가 내가 방금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극장 문을 나설 때도 있다. 내게 시간이라는 게 정말로 책갈피 같은 거라면, 누군가가 책을 흔드는 바람에 누렇게 변한 종이 조각이며 찢어진 종이 성냥갑 껍데기며 납작해진 커피 막대 같은 것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내가 접어 놓았던 페이지들이 가장자리가 나달나달해진 채 그냥 매끈하게 펴진 것 같다.
p130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더 강해졌다. 그녀를 원하는 그의 마음은 새살이 돋아나 흉테가 되지도 않고, 피가 멈추지도 않는 상처가 되었다.
(중략)
'난 그녀를 안고 있었어. 그런데 이 세상은 나한테 그걸 허락해주지 않아. 이 세상은 이미 나한테 없는 것, 절대 가질 수 없는 것, 오랫동안 가져보지 못한 것을 자꾸만 일깨워줄 뿐이야.'
p175
그녀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다시 그에게 파고들려고 했지만, 그녀의 눈이 점점 더 필사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보였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혼자 남지 않으려고, 옛날을 되돌리려고 그녀는 필사적이었따. 그가 일을 너무 많이 하지도 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도 않던 시절.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너무 밝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차갑게 느껴졌던 그날 아침 이전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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