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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구입해 놓고도 읽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것 같아요?"
1950년대 독일의 어느 소도시.. 병에 걸려 허약해진 15살의 아이를 구해준 36살의 한나.. 그 인연으로 인해 시작된 관계에서 21년의 나이차이를 극복한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는 책읽어 주기 - 샤워하기 - 성생활 - 누워 있기등의 패턴으로 이어진다. 서로를 아주 많이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는 자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차츰 나이가 들어갈 수록 친구들과의 생활이 중요해진 미하엘.. 그러나 친구들에게 한나의 존재는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혼자만의 비밀이 되어가고.... 어느날 한나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승진을 바로 눈앞에 두고서....
몇 년후 법정에서 나치의 전범으로 그녀를 다시 마주치게 된다.
수용소에서 포로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던 그녀...
마지막에 포로들이 교회에 갇혀있던 순간에 폭격을 맞게 된다..
끔찍한 상황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감시인들 5명...
남자들은 모두 떠나버렸고, 어수선한 상황, 열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도 모르게 말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포로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았던 한나는 갈등을 했었고, 모든일에 대해서 너무나 솔직하고 집요하게 따지고 드는 한나는 재판장의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나머지 감시원들은 한나가 핵심인물이며 모든 보고서를 한나가 관할했다고 주장한다.
죄를 뒤집어 쓰는 동안 한나는 자신을 변호할수도 있었다.
한나 자신은 문맹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러나 한나는 그걸 거부했다.
나치의 전범으로서 교도소에 장기 복역하는 것보다 더 무서웠던 한가지.....
그건 읽고 쓰지 못한다는걸 남들이 알게 된다는 두려움이었기에.....
그걸 지켜보는 미하엘 역시도 사실을 밝힐수가 없었고...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비밀이기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한나....
그걸로 끝나지 않고, 한나와의 기억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미하엘도 평탄한 삶을 살지는 못한다.. 비록 겉으로는 성공했지만..........
결혼도 했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한나가 수감된지 8년후부터 사면을 받아서 나오는 18년까지 무려 10년간을 다시 책을 읽어서 테이프로 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한나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글을 배운다.
하지만 마지막 며칠전 미하엘과 다시 만나고....
사면을 하는 날 아침에 목을 메어 죽는다.....
나의 그런 태도는 마치 한달 한달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강제수용소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새로 오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무심하게 기록하는 수감자와 같았다. 나는 살인과 죽음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느낄법한 마법상태에 빠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든 기록은 이러한 마비 상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마비상태속에서 삶의 기능은 최대한도로 축소되고, 사람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자비해지며 가스를 살포하고 사람을 태워 죽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는 것이다. 범행자들의 간헐적인 언급에서도 가스실과 화덕인 일상적인 주변환경으로 등장했다. 범행을 저지른 자들의 삶 자체 역시 몇가지 기능으로 국한되었고, 그들은 마취되거나 술에 취한 듯 무자비와 무관심, 불감증을 보였다. 내가 보기에 피고들은 여전히 이러한 마비 증세에 사로잡혀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아 보였으며 그러한 상태속에서 거의 화석화된 것 같았다. p.111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고 있고 이미 당시부터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 질문이 있다. 우리 제2세대들은 유대인박멸과 관련된 끔찍한 정보들을 실제로 어떻게 대해야 했으며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는 안되고,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되며, 자꾸만 물어봐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그 끔찍한 사건들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그 앞에서 다만 경악과 수치와 죄책감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삼기때문이다. 우리는 다만 경악과 수치와 죄책감을 느끼면서 침묵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그렇다고 내가 세미나에서 보였던 탐사와 진상규명의 열성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식어버렸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이 판결을 받고 형을 살고, 제2세대인 우리는 경악과 수치와 죄책감으로 입을 다무는 것,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가? p112-113
그렇다, 그녀는 그것을 위해 싸웠다. 그러나 그녀는 승리를 위해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이 노출되는 대가를 치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또한 내가 그녀의 형량을 몇 년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그녀가 만들어 놓은 자신의 이미지를 매도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런 거래라면 그녀도 직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녀는 그것을 원치 않은 것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이미지가 감옥에서 보낼 세월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녀를 구속하고 마비시켜 제대로 몸을 펼수 없게 만든 이 거짓된 자기 이미지를 통해서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거짓된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거짓된 자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동원한 열정 정도라면 이미 오래전에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p148
"네가 어렸을 때 엄마가 네게 무엇이 좋은지 너보다 잘 알고 있으면 네가 마구 화내던 것 생각 안나니?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도 그런 이야기를 어느 수준까지 하는게 좋은 건지가 정말 문제겠지. 이것은 철학적인 문제야. 하지만 철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아. 철학은 아이들 문제를 교육학에 넘겨주었다. 그런데 교육학이 아이들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어. 철학은 아이들을 잊었어.“ 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원히 잊었어. 내가 너희들을 잊듯이 그렇게 가끔씩 잊는게 아니고 말야.”
“하지만....”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돼.”
“나중에 가서 그들 스스로 그로 인해 행복해질 경우에도 말인가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이.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네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p153
"당신은 재판 과정에서 언급된 사실들에 대해서 재판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내 말뜻은 우리가 함께 있었던 당시에는, 내가 당신에게 책을 읽어주던 그 당시에는 그 일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느냐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도 마음에 걸리니?" 하지만 그녀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런저런일을 하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리고 넌 알 거야. 너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너한테 해명을 요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야. 그렇기 때문에 법정 역시 나한테 해명을 요구할 수 없었어. 하지만 죽은 사람들은 내게 그것을 요구할 수 있어. 그들은 나를 이해하거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법정에 있을 수는 없었지.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면, 그들은 나를 특히 잘 이해했을거야. 이곳 교도소에서 그들은 나하고 자주 같이 있었어. 그들은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매일 밤 나를 찾아왔어. 재판을 받기 전에는 나는 그들이 나한테 오려고 하면 쫓아버릴 수 있었어.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 나는, 나는 그 무엇도 쫓아 버릴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하나의 벽감 속에다 넣어두는 것 역시 그 사람을 쫓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p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