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1년전쯤 아이들 성장소설을 중점적으로 책을 고르던 시기가 있었다..
읽어본 책은 없고 주로 추천 위주로 책을 구입을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추천했다.

한번뿐인 인생....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정해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살아갈 것인가........

내가 원하는 방식...
언뜻 쉬운 길인거 같지만 사실은 가시밭길이다......
주변의 시선도 많고 한번 잘못 꼬이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테니까......

처음 이책이 끌리기 시작했던건
책속의 주인공이 작가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던 울딸...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길이 어떤 걸까 조금은 들여다 볼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

책을 쓴다는 건 좋은일이지만 제 팔자를 남에게 다 내주는 일이란다.
나는 사실 글을 계속 쓰게 될 거라는 확신도 별로 없었다.
내가 쓴글을 읽어나가는 중에 냉정하게 거리감이 생겼고 낯설기까지 했다.
어쩌면 때려치우게 될지도 몰라요.
나는 네가 방황하며 집에서 보이지 않을 때마다 혼자서 되뇌곤 했다.
나는 내 아들을 믿는다구, 아무리 그래두 밑바락에 떨어지진 않을 거라구 말이다.
모르겠어요. 썩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두 생각나지 않아요. p194-195(준)

내 생각은 처음 준의 어머니 생각과도 같았다.
책을 쓴다는건 좋은일이지만 제 팔자를 남에게 다 내주는 일이란다.....
글을 쓴다는건...
창작을 할 수 있는 문학적 소질도 중요하지만 이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내 자신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봐주느냐가 상당히 많이 중요하다....
좋은 말로 서로 이해해주고 아껴주면 참 좋아하지만,
옳은 말이라도 내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면 참 힘들어한다.
그 잘못된 부분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거나,
오랜 습관으로 굳어져서 더이상 고치기 힘들어질때는 참 많이 힘들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해주는 말 한마디한마디가 이렇게 힘들진데,

작가라면........
작가는 이미 공인이다......
좋은 시선만 가지고 봐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시선을 가지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근거없는 악플을 가지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맘 약한 울딸은 그걸 견뎌낼수가 있을까?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학교를 자퇴하고, 산으로 돌아다니고, 공사장으로 오징어잡이배로, 베트남 전쟁으로......
출가하려는 몸짓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방식으로........
그 방황이 결코 쉽지 많은 않았을터....

책은
준, 영길,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
7명의 친구들의 젊은 날의 방황을 보여준다
준이 베트남 전쟁 가기 직전휴가로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과거의 회상을 하는 모습들이 번갈아가면서 릴레이식으로 이어진다.
결국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군대로 복귀하는 것에서 책은 끝난다..

울딸이 참 힘들어하던 시기에......
모든사람들이 학교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줄때...
학교 휴학하고 네가하고싶은 너만의 인생을 찾으라고 격려해줄때........
나만이 딸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인생은 평범한게 좋은거란다.
정상적인 과정을 겪고,
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남들 다하는 일상을 가지는게 가장 행복한거라구.....

울딸이 그런말을 한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싶다고...
가출도 해보고 싶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고,
자살기도도 해보고 싶고,
그 경험들이 하나둘 모여서 나중에 작가로서의 여러가지 길잡이가 될수 있지 않을까라는......
나중에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고.......

참 위험한 생각이라는 생각을 했다.
설령.....
나중에 나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그전에 행하던 여러가지 사항들이 발목을 잡게 되지 않을까라는.......
유명인이 될수록 과거는 순백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스스로 안티들을 불러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글 읽다보면 준이의 생각은
울딸의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도하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을 내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거 안다.
내가 견딜수 없다고 다른 사람들도 견딜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들 곁에서 나는 그렇게 될 수 없는 내 스스로의 한계를 절망에 겨워 울며 지켜보기도 한다.
 

[책중에서] 
너희들 두렵지두 않니? 너나 인호 형은 퇴학했구 정수까지 휴학을 했는데, 이건 아주 니들 맘대루잖아.
내가 조심스럽게 힐난조로 말을 꺼내자 준이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키는 대루 하기 싫어할 뿐이지 나두 노력하고 있어.
노력은 무슨... 아무렇게나 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거다.
학업을 때려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일이  뭐가 있겠어?
어쨓든 먹구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구 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거야.
그리고 준이는 나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영길이 너나 중길이를 왜 첨부터 어린애 취급했는지 알아?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거야.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고. 별은 보지 않고 별이라고 글씨만 쓰구. p.41(영길)

인호나 정수는 그런 나를 전쟁 때 피난 시절의 경상도 아이들이 그랬듯이 '다마내기'라고 했다. 서울내기는 다마내기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양파처럼 빤질거리는데 속은 아무리 까봐도 모르겠다는 소리다. 상진이가 독서한 깜냥으로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누군가 내면에 지닌 것과 외면에 나타나는게 다르다는 것은 그가 세계를 올바르게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p429(준)

내가 알고 있는 것, 나의 것, 그것은 끝없는 바다. 스물한살, 나는 거리의 생활에서 도망쳐나왔지. 선원이 되었고 배 위에는 일이 있었다. 나는 놀랐지, 그 전에는 생각만 했어. 배 위에는 일이 있었다. 나는 놀랐지, 그전에는 생각만 했어. 배 위에서는 바다를 보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바다를 보는 거라고.

배는 닻을 내리고 뱃사람들의 휴가가 왔지. 나는 등을 돌리고 출발했어.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나는 바다를 내 속에 갖고 있었다. 내 주위에 영원히 넓혀진 바다를. 어떤 바다냐고? 그것이 그런데 무엇인가가 있는데, 말하려고 해도 도저히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다네. p171(정수)

나는 나중에 베트남에 가서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마나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그녀는 배낭을 메고 다시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렸다.p.175(준)

당시에는 명문고교의 어린 '신사들의 모임'을 서로가 대단하게 여겼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세상 어느 사회에나 있는 엘리트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좌절하거나 아니면 살아남아서 요 모양의 산업사회를 이끌어갈 사회 지도층이 되었다. 그들은 그맘때에 벌쎄 세계문학전집이나 사상전집 따위를 모조리 읽어치우고 어른들도 읽기 힘든 사회과학이나 철학책들을 읽고 의젓하게 비평을 하며 토론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들은 사창가를 가거나 어두운 대폿집을 드나들며 퇴폐의 흉내도 냈지만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지도자가 되는 길인가도 잘 알았다. 절대로 자기 자신을 정말 방기하지는 않았다. 인호나 나처럼 온몸을 던지는 일은 곁에서 지켜보기에는 신나는 모험이었지만 그들 자신은 끝내는 신중한 충고를 하며 한걸을 비켜섰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매력 가운데 으뜸인 것은 역시 자기존재와 생각을 서투르게 드러내지 않는 점이다. 또한 밖으로 드러낼 때도 일부러 그것을 보편적인 사물에의 비유나 실제적인 것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p.185(준)

어쨓든 내가 그때의 그 모퉁이에서 삐끗, 했던 것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필연이었다. 그길은 내가 어릴 적부터 어렴풋하게 이건 빌딩가의 대로처럼 너무도 뻔하고 획일적이라고 느껴왔던 삶으로 가게 될 확실한 도정이었다. 그러나 벗어났을때의 공포는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었다.

자퇴를 하고 나서 맥놓고 걸어가던 하굣길이 생각난다. 막상일을 저질러 놓고 나니 이제부터 내 앞에 놓인 길은 어디나 뒷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나는 이제 의사나 법관이나 관료나 학자나 사업가나 존경받을 장래의 모든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 잘려나온것이다. p.186

하지만 그 무렵의 나는 애초부터 여자애들에게서 연애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무엇에 잡혀 있었던 것일까. 어머니에게 사로 잡혀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자신의 또다른 존재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 몸 근처의 한걸음 곁에 따로 떨어져서 나를 의식하고 관찰하고 경멸하거나 부추겼다. 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안과 바깥이라는 불완전한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구인가. P198(준)

넌 하구 싶은 일두 없니?
아버지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대답을 해보려고 잠깐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는 거야. 운전수가 들어와서 인사를 꾸벅하고 아버지가 따라나설 때까지 대답을 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아버지는 당분간 그 질문을 잊어버릴테니까 서둘러 대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p.199(선이)

꼭 권투선수 같은데... 책은 더러 읽으세요? 생각두 좀 하시구요?
나 권투 좋아해요. 사각 링에 딱 갇히면 각자 무지하게 외로울거야. 온 세상에 바로 코앞의 적뿐이니까. P204-205(선이)

솔직히 나는 그의 원고를 정리하는 동안에 준이를 좀더 이해하게 되었다. 준이는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사춘기를 거치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과 읽었던 책들, 그리고 어정쩡하게 진학한 대학에서도 벗어나고 싶어했고, 나도 그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의 속에는 나하고는 다른 의미의 아름다운 년이 있었다. 내가 그와 만날 때마다 혹시 나는 부차적인 존재가 아닌가 끊임없이 조바심치던 여유가 따로 있었다. 나는 섭섭하지만 그가 저 글에서처럼 평화로워질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의 허기가 쉽사리 가라앉을까. 언제쯤? P.245(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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