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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권력의 이동
론 처노 지음, 노혜숙 옮김 / 플래닛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금융업(Financing이라기 보다는 Banking)의 본질은 자금의 중개에 있다.
가계-기업-정부라는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돈의 흐름을 이어주는 것이 금융업이다.
금융업의 대표는 은행이다.
은행은 가계에서 조달한 자금을 기업으로 중개한다.
이를 통해 은행은 신용(credit)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돕는다.
쉽게 말해,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대고
이를 통해 경제 전체적으로 돈이 돌게 한다.
경제는 돈을 통해 연결되고,
돈을 통해 만들어진 신용은 경제를 다시금 순환시킨다.
론 처노의 `금융권력의 이동`(원제는 `The Death of the Banker`)은
이 같은 금융업의 근대사를 존 피어폰트 모건(J. P. Morgan)과 워버거(Warburg) 가문의
역사를 통해 조망한다.
살아있는 금융 교과서라고 할 만 하다.
이는 실체가 없는 금융에 외양을 제공하고,
경제(금융)와 정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금융이 어떻게 역사의 방향에 속도를 더해주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제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은행가는 역사적으로 항상 대중의 적개심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은행가는 왜 항상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일까?
이는 금융업이 본질적으로 자본을 제공하는 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그럼 간접금융을 제공하던 은행업이 죽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이 대세가 된 현대사회에서 은행의 역할은 무엇일까?
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은행들이 통폐합되는 현 시점에서
금융권력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처노의 `금융권력의 이동`은
그의 `금융제국 JP모건`과 `워버그 가문`의 축약본같은 책이라
재미있는 일화나 전후 배경이 생략돼 있어 독서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점이다.
181쪽에 불과한 책을 출판하면서 양장본에 1만20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한
출판사의 상술이 영 못 마땅하다. `금융권력의 이동`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금융제국 J. P. 모건`을 읽으려 들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