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이해관계 나남신서 497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 나남출판 / 199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사전에서 `interest`의 어원을 찾아보면, 라틴어 `inter`와 `est`가 결합된 말이다.
inter는 잘 알려진 것처럼 `~사이에`라는 뜻이고, est는  `존재하다, 있다(=be)`라는 의미.
결국, interest는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사이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라는 것.
물론 interest에는 돈을 빌려주면서 수취하는 이자라는 뜻도 있다.
어원적으로 보자면, interest는 열정이나 (경제적인 관계를 포괄하는) 이해관계라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의 언어습관으로 interest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한정돼 있다.
더 쉽게 풀어쓰면, `저 사건에는 경제논리가 숨어있다`라고 할 때의 경제논리가 바로
interest인 셈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허쉬만은 이런 언어적 변화를 지성사적 맥락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퀴나스, 마키아벨리, 몽테스키외, 루소, 스피노자 등등 이름만 들어도 골치아픈 철학자들의 책을 이리저리 뒤지면서 interests에 대한 부분만을 알기 쉽게 찾아준다.

철학에 대해 잘 몰라도, 역사에 대해 잘 몰라도 기본적인 역사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책이다.
더구나 알버트 허쉬만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interests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보여준다. 특히, 우리가 흔히 부르주아적 가치라고 알고 있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명예`라고 하는 중세 귀족적 가치가 몰락하면서, `이익`이라는 상인계층의 새로운 가치가 탄생된 것이 아니라 기존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interest가 생산됐다는 지적.

자본주의에 대한 진정한 비판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를 통해 우리는 스피노자, 레쯔 등의 16~17세기 (정치)철학자들에 대한 비동시대적 독해의 필요성을 이제서야 알게 된다. 이런 책을 왜 진작 읽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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