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생애 - 정찬 소설집
정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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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쓴 문학책은 아예 들쳐보지도 않는다. 의식적으로 여성들이 쓴 책만 골라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정찬이란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 정희진 선생님 책에서 몇번 등장하여 눈여겨 보고 있었다. 처음 읽는 정찬의 소설집인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좋았다. 고통과 폭력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단편 소설집이다. 특히 1980년대에 자행된 고문으로 폭력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설강화니 뭐니 하며 웃기지도 않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이 시국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에 있던 "폭력의 형식"이란 소설도 좋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는 끔찍한 고통은 어디로 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소멸될까요? 고통은 소멸되지 모르지만 고통의 기억은 소멸되지 않아요. 고통의 기억은 몸의 어디엔가 숨어 있어요. 고통에 대한 원한 역시 숨어 있어요. 그 원한이 바깥으로 분출될 때 폭력이 발생하는 거예요. 폭력적 인간이란 고통에 대한 원한을 쉽게 노출하는 인간이에요. 야만적 사회는 고통의 기억을 자극해요. 폭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 P119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인간의 본질을 이기심으로 파악한 데에 있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정교하게 조직한 자본가들은 세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인간 세계는 언제나 아수라장이었다. 유토피아는 아수라장에서 잉태되는 꿈의 세계였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꿈만 꾸지 않았다. 꿈의 세계를 지상에 세우려 했다. 그는 인간에게 이기심의 기쁨 대신 공동체의 기쁨을 요구했다. 인간에게 그토록 엄격한 도덕을 요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엄격한 도덕을 견디지 못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타락했고, 타락한 독재는 국가를 거대한 병영으로 만들었다. - P123

나이를 많이 먹어야만 늙은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간 삶이 어둡고 막막한 바다 위에 희미하게 떠 있는 몇 점의 불빛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자가 늙은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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