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영화 <아바타>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②

 

 2. 아마존의 눈물, 아바타의 비명 (2)

   
  신화는 한 집단의 인물들이 다른 집단의 인물들에게서 달아나고 도망치려고 하는 이야기를 펼쳐보여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추격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 이것은 천상의 권력과 지상의 권력, 하늘과 땅, 또는 태양과 지하의 권력 등등 사이에 초래된 갈등일 수 있습니다.
 - 레비 스트로스, 임옥희 역, <신화와 의미>, 이끌리오, 2000, 101쪽
 
   

 

 

   하반신 마비로 고통받는 전직 해병대 출신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투입되어 머나먼 행성 판도라로 향한다. 에너지 고갈 문제로 신음하던 인류가 마지막 희망으로 점찍은 행성이 바로 판도라다.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족이 사는 영토에는 ‘언옵타늄’이라는 신비로운 물질이 있다. 언옵타늄은 1kg당 가격이 2천만 달러나 되는 엄청난 교환가치를 지닌 광물질인데, 이것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나비족을 이주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비족에게는 아무런 뇌물도 회유도 통하지 않는다. 아바타 프로젝트팀은 ‘돈’은 물론이고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는 나비족의 영토에 침투하기 위해 ‘아바타’, 즉 외형은 나비족이고 두뇌는 인간에게 연결된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지옥도 이곳에 비하면 낙원일 것이다!” 아바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쿼리치 대령은 아바타 프로그램에 지원한 젊은이들 앞에서 기세등등하게 연설을 시작한다. 나비족을 비롯한 토착민들과 온갖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활보하는 판도라 행성에서 인간은 ‘산소마스크’ 없이는 숨을 쉴 수도 없다. 판도라의 자연환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인간에게는 판도라가 공포와 야만의 현장일 뿐이다. 쿼리치 대령은 아바타 프로그램에 자원한 병사들뿐 아니라 아바타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모든 연구원과 스태프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전형적인 람보형 근육질 마초 남성이며, 그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부하들을 복종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아바타 프로그램에 관련된 과학자였던 쌍둥이 형이 불의의 사고로 살해당하자, 제이크는 형의 ‘대타’로 아바타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해병대 출신인 제이크는 처음에는 쿼리치 대령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카리스마에 이끌린다.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학자 그레이스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과학자’이지 ‘군인’이 아니라며 제이크를 못마땅해한다. 형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충격을 아직 극복하지 못한 제이크의 억눌린 감정은 그레이스를 향한 공격적 태도로 표현된다. 쿼리치 대령은 제이크를 자신의 충실한 하인으로 만들기 위하여 제이크가 덥석 물 수밖에 없는 탐스런 미끼를 제공한다. 나비족과 판도라에 대한 데이터를 자신에게 잘 전해주면 ‘건강한 다리’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언옵타늄을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인간들에게 판도라는 단지 정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아직 판도라에 대한 정보를 ‘아바타 사용 매뉴얼’ 정도로만 습득한 제이크도 처음엔 그랬다. 그는 ‘건강한 다리’를 얻기 위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노동이 바로 아바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비참했다. 형의 비명횡사를 제대로 아파할 틈도 없이 형의 ‘대체재’로 아바타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전투)도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그가 형의 아바타, 아니 자신의 아바타가 될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연민과 비감이 교차한다. 너도 꼭 내 신세 같구나.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그저 주어진 삶의 매뉴얼에 복종해야 하는구나.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은 오로지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정상적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가 나비족을 추방하기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하기 위해 ‘아바타’의 육신과 링크되는 순간, 그리하여 3미터가 넘는 ‘나비족’의 육신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는 뜻하지 않은 엄청난 해방감을 만끽한다. 걷기는커녕 혼자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던 그가 아바타의 육신을 ‘입는’ 순간, 그는 인간의 육신으로 마음껏 걷고 뛰고 구를 수 있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격정적인 희열을 맛본다.
   그는 인간이 마실 수 없는 공기를 마시고, 인간이 뛸 수 없는 높이로 뛰고,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의 촉수를 내장하게 된 것이다. 야만적이고 열등한 부족이라고 믿었던 원주민의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샘은 완전히 돌변한다. 그는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걸어 다니던 ‘정상적 인간’일 때조차도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의 차원과 조우한 것이다.   



   
 

<신화학>의 초판을 쓰고 있을 때, 저는 너무나 신비스러운 문제와 마주쳤습니다. 대낮에도 샛별을 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부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벌건 대낮에 샛별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천문학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그들은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낮에 샛별이 내뿜는 빛의 양을 알면, 일부 사람들이 샛별을 본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항해술에 대한 오래된 논문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명사회에 속한 옛날 선원들도 환한 대낮에 유성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눈을 훈련시켰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볼 수 있었을 겁니다. (……) 문자가 없는 사람들은 주변 환경과 천연자원에 대해 엄청나게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 레비스트로스, 임옥희 역, ,<신화와 의미., 이끌리오, 2000, 4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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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send 2010-01-2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람보의 후예, 쿼리치 대령 ㅋㅋㅋ

니모 2010-01-25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옥도 이곳에 비하면 낙원일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곳이 진짜 낙원이었죠....^^

doingnow 2010-02-0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나비족이 되어서 커~다란 키를 늘리며 일어나는 순간을 잊을수가 없어용+_+꺄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