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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넌 내년에 분명히 바빠질 게야.” (7)
공교롭다.
다 읽고 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설 내용과 지금 내 상태가 미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할 말은 많지만, 꾹 참고 작업에 임하는’ 심부름센터를 운영한다거나, 불쑥 내 생업에 끼어든 동창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과 나의 연결성을 세 가지로 찾아봤다.
1. 연말.
소설의 배경은 사계절이지만 가장 의미 있는 계절은 (가도마쓰가 상징처럼 등장하는) 겨울이다.
눈이 내리고 한 해의 끝에 맞이하는 새해는 인물들의 정신적인 성장과 더불어 미래의 시간과 사건을 기대케 한다.
“잃어버린 것은 완전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기억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다시 살아나게 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며시 찾아온다고.“ (338)
2. 인물 중 하나가 손가락을 다침.
올해 삼일절에 손가락을 크게 벴는데 한 번도 아프지 않던 손가락이 오늘 매우 찌릿거리고 욱신거렸다.
통증이 느껴지자 나는 나의 손가락이 두려워졌다.
“한 번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다시 꿰매어 붙이고 살면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무리 열원을 갖다 대도 늘 온도가 낮은 부위를 지니고 사는 것은.......” (44)
3. 반려견 주인 찾기.
한 달 반 전 시골 친정집에서 길렀던 유기견 ‘마루’가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전부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아 한 마리씩 좋은 주인에게 보내지고 있는데, 오늘 또 한 마리가 새 주인을 만났다고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아가씨한텐 치와와가 희망이야.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101)
이렇게만 얘기하면 도대체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주인공 다다 게이스케는, 마호로 역 (도쿄지만 카나가와로 종종 오해받는 해안가 국경도시)에서 작은 심부름집을 운영한다.
“마호로 시민은 두 개의 나라로 마음이 갈린 사람들이다.” (58)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 토착민들이 섞여 자력으로 견고한 도시를 구축한 마호로는 복지와 간병 제도, 교육, 문화 시설 등의 윤택한 겉모습 이면에 창녀들, 마약 거래가 성행하는 어둠도 함께한다.
과거의 상처를 가슴에 묻은 채 열심히 일하는 다다에게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생 교텐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교텐은 특이한 남자다. 고등학교 때도 입을 연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괴짜지만, 어른이 되어 마주친 그는 다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인이었다.
교텐의 기행을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다. 여자처럼 섬세한 다다와 무신경하면서도 남자다운 교텐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맡겨진 심부름들에는 독특한 파트너쉽을 발휘한다.
플롯은 주로 그들이 맡게 되는 몇 개의 심부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집청소, 반려견 주인 찾기 등) 그 안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여러 세계와 인간 군상들은 따뜻함을 전하고,
무엇보다 주인공 다다가 교텐과 함께 살아가면서 보다 깊이 자신을, 타인을 이해하게 되어가는 과정은 치유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의 백미는 두 남자의 티키타카 대화일 것이다. 남자답게 툭툭 던지는 교텐의 화법은 마치 BL의 공을 연상시킨다.
가독성도 좋고, 작가의 직관적인 서술 방식도 시원스럽다. 특히 미우라 시온 특유의 비유법은 기발하고 생생해서 읽으면서도 그림을 보듯 눈앞에 펼쳐진다.
“정글에 서식하는 도마뱀이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앵무새를 포획한 모습이었다.”
(매춘부 루루의 옷차림을 묘사한 부분, 73)
이 소설은 한마디로 ‘엔터테이닝’ 장르소설이다. 그만큼 재미와 가독성은 보장한다.
연신 담배를 뻑뻑 피우고, 상반된 성격으로 명확히 나누어지는 다다와 교텐은 동명의 만화책 표지에서처럼 BL 작품을 연상시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혹시라도 소설 뒤편에서 커밍아웃이라도 할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은 그런 폭넓은 장르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되, 거기에 완전히 편승하지 않고 나름의 엄격함과 균형을 갖추는 작품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런 열정으로 다양한 직업과 경험에 관심을 둔 전문성을 갖춘 소설들도 쓰고 있어 팬층이 넓을 것으로 보인다.
첫 입문작이 순조롭다.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101)
난 버릇없는 애새끼들이 싫어. 학원 보내고, 학원 끝나면 교통체증 일으키며 데리러 가고. 그런 지극정성 쏟기 전에 저 애새끼한테 먼저 가르쳐야 할 게 있다고 봐. (109)
교텐은 다다와 비슷한 공허를 안고 있다. 언제나 마음속에서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 얻을 수 없었던 것, 잃어버린 것을 되살려내 폭력의 이빨을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나기코가 말해줬다. 가서는 안 된다고.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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