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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인민을위해복무하라 (2004) <웨이 런민 푸우> by 옌롄커 #yanlianke 김태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8 초판, 2019 표지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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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학을 위해 노래합니다. 생명을 위해 노래하고 사랑과 존엄을 위해 노래합니다.... 문학으로 인해 위대해지거나 이름을 빛내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제 속마음과 영혼을 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표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작가 옌롄커 -한국어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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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2. 1944년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발표한 유명한 정치 슬로건.
3. 개인의 행복보다 혁명의 대의와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중국군의 책무를 담은 국민적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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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봐서는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는 선전 문학 같아 꺼려졌지만 실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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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랑과 존엄을 해치는 사회 체제 및 이념에 대한 몸부림을 아름답고 쓸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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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사단장의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승진을 꿈꾸는 28세 우다왕이 자신의 상관인 사단장의 아름다운 아내 류롄과 얽히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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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롄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고 쓰여진 팻말을 내세우며 우다왕에게 명령한다. 자신을 위해 봉사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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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봉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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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사단장 사택에서 일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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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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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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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님과 사단장님의 가정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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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똑똑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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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3. 이 대화 부분은 각기 다른 상사들 -류롄, 관리부장, 중대장-의 질문으로 우다왕이 대답하는 것으로, 세 번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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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가장 큰 이상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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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입니다. 부대를 따라 아내와 아이의 호구를 도시로 옮겼으면 합니다.”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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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다. 하지만 작가의 빛나는 필력은, 묘사와 은유 등의 탁월한 수사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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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이 뛰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떨림은 오가와 요코의 소설을 읽었을 때 이후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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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왕과 류롄의 관계는 육체의 욕망과 애정을 전제하며, 체재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것으로 진실과 숭고성을 증명받는다. 그러한 비밀스러운 반역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도, 또 잃기도 하며 빛과 어둠 사이에 있는 황혼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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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의 때는 어스름 혹은 ‘황혼’의 시각이 많다. 그리고 색채 외에도 소리와 냄새가 있다. 바람이 불고, 가지가 떨리고, 풀벌레들이 울고, 몸 냄새가 퍼지고. 모든 것이 영원한 것이 아닌 찰나의 무상함을 드러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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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역자가 말했듯, “그의 소설은 복잡한 서사와 스토리텔링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의 서사는 극도로 간결하고 선이 굵다. 대신 대단히 아름답고 회화적이다... 수사는 다분이 음악적이다.” (p.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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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가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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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칠 것만 같아 더 이상의 내용은 누설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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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중화사상이나 공산주의 regime, propaganda의 색을 띄고 있던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거리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자국에 대해 냉철하게 볼 수 있는, 비판적인 시선을 갖춘 작가의 작품이 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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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중국에 이런 양심을 가진 작가가 있다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그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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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체제를 읊고 또 읊는 모범 병사 우다왕, 체제보다 애정이 갈급했던 가련한 류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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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사랑’은, 체제보다 국가보다 크다는 것을,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며 증명하려 했던 두 남녀의 사랑이 황혼처럼 붉고 시퍼렇게 가슴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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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자여, 배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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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여, 내가 곧 밥을 지어 바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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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자여, 목이 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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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여, 내가 물을 떠다 바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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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왕은 극도로 지쳐 몸 전체가 후들후들해진 그녀를 동생을 안듯이, 아이를 안듯이 안아서 천천히 위층 침실로 올라갔다. 계단에 떨어지는 발짝 소리가 마치 나무 북채로 힘없이 낡고 빈 대고를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바닥에 가득 널려 있는 잔해들이 그의 발에 차이면서 툭탁 소리를 내며 옆으로 어지럽게 날아갔다.
(p. 204 - 205)
#옌롄커 #북스타그램 #서평 #중국소설
우다왕은 극도로 지쳐 몸 전체가 후들후들해진 그녀를 동생을 안듯이, 아이를 안듯이 안아서 천천히 위층 침실로 올라갔다. 계단에 떨어지는 발짝 소리가 마치 나무 북채로 힘없이 낡고 빈 대고를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바닥에 가득 널려 있는 잔해들이 그의 발에 차이면서 툭탁 소리를 내며 옆으로 어지럽게 날아갔다. (204 -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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