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아..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이런 작품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만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바로 <묘진전>을 만났을 때 딱 그 마음이었다.소란스럽지 않고 무심한 듯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어느 순간 깊이 자리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당연히 작가님의 차기작을 목빠지게 기다려졌고 마침내 <어둠이 걷힌 자리엔>을 만났다.1900년대 경성, ‘오월중개소’에는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최두겸”이 있었다. 그래서 그 능력 덕분에 두겸을 찾는 의뢰인 또한 특별하다.혼령이 깃든 나무토막을 들고 온 토지신.밤마다 우는 소리가 들리는 정원때문에 잠을 못잔다는 의뢰인, 무덤의 냄새가 나는 묘령의 여인 그리고 귀신 잡아먹는 우물까지.첫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고오’와 ‘조기’가 등장하는 ‘어쩌면 러브 스토리’를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 가슴이 옥죄이는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이면 충분했을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웠다.이렇게 아름답고도 처연하리만큼 슬프고..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귀엽고 설레는 이야기들이 모두 담긴 작품을 만났는데 어떻게 고맙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특이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엔 사랑과 사람의 이야기인 작품이었다. 비극은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 곁을 떠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