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이용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웠던 기억이 난다. 나름 고양이에게 신경쓰느라 먹을 것도 챙겨주고 고양이가 추울까봐

내 옷 중에 가장 예쁘지 않은 걸 들고 가서 덮어주고 (물론 고양이는 굉장히 귀찮아 했지만..) 했던 기억.

하지만 그때도 고양이는 내게 그리 친절하지도 애교를 떨지도 않아 조금 섭섭했던 기억이 난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사람에게 정을 주지 않을 것 같은 고양이. 그것도 이른바 "도둑 고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길 고양이들과 함께 했던 일 년 반 동안의 기록이다.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또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작가는 동네에 우리들과 함께 또 따로 살고 있는 길 고양이들의 생활을 정말 성심

성의껏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랫동안 그리고 가까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에 관한

진실들은 오해가 많다는 것과  우리가 가진 편견들을 그저 사실인 냥 받아들인 채 깨부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끔거린다.

 

도둑 고양이지만 정작 무언가를 훔쳐내는 고양이는 거의 없다는 것, 개와는 달리 애교도 없고 정도 쉽게

주지 않을 것 같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손길을 매몰차게 뿌리칠 고양이는

별로 없다는 것, 뭘 많이 훔쳐 먹어 뒤룩뒤룩 살이 찐 것이 아니라 사실을 제때 먹지 못하고 보살핌 받지 못해

신장에 병이 생겨 퉁퉁 부어있는 고양이가 많다는 것, 아무렇게나 막 돌아다니니까 로드 킬을 당해도 싼 게

아니라 호기심이 왕성할 뿐인데 고양이들을 바퀴에 밟혀 죽어도 자기들 탓이라는 오명을 쓴다.

 

자꾸 마음이 뜨끔 뜨끔거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길 잃은 개를 보면 측은한

마음부터 가지면서도 길 위에 고양이들을 보면 일단 쫓아버리고 보던 내 모습이 떠올라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볼 리도 없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길고양이들에

관한 편견을 모두 떨쳐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한가지 사실만은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고양이들을 장난삼아 해코지하거나 죽여놓고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더럽고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