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건 비단 그가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 안에는 진실이 있고 사람을 잡아끄는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데뷔작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역사를 살아야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하던 그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그야말로 아프카니스탄의 비극을 온 몸으로 겪어낸 두 여인의 삶을 그려낸다.
물론 전작도 좋았지만 4년만에 내놓은 그의 두번째 작품을 더욱 더 탄탄해진 구성과 잔인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내며 살아가는 여자의 삶을 섬세하게 느려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아프칸 피랍 사태로 인해 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진)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은 참으로 고마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 책을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을 몰고 온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나 탈레반, 미국의 정치인들이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불이 공포와 죽음의 땅으로 얼룩지기 전 꿈을 꾸며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후 처절하고 힘들 그네들의 삶을 자세하게도 그려낸다.


사생아를 비하하는 말인 하라미로 태어나 부자 아버지와 같이 살며 함께 극장가는 것이 소원이었던 마리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이 살던 헤라트와는 멀리 떨어진 카불로 와서
살아야만 한다. 낯선 땅에서 그녀는 남편의 무관심과 구타로 인해 점점 삶의 의지를 잃은 채 수동적인
여인으로 변해간다. 한편 전쟁통에 두 오빠를 잃은 라일라는 오로지 다정하고 지혜로운 아빠와 사랑하는
타리크에게만 의지한 채 꿈많은 여인으로 성장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로켓탄에 아빠와 엄마를 잃고
타리크마저도 떠나버린 그녀에겐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마리암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불행한 결혼 생활이 펼쳐지던 1부가 끝나고 시작되는 2부에서는 마리암은
온데간데 없고 아홉살의 라일라의 얘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처음엔 '마리암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죽겠는데 갑자기 왠 라일라 얘기야?'하고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꾸준하고 섬세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한 채 라일라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두 여인의 다른 듯 닮은 듯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다가 드디어 겹쳐지는 순간 진짜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오로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죄밖에 없는 여인들의 너무나 아름답고 아프면서도 눈물이 날만큼 빛나는 이야기가..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아프카니스탄이나 다른 분쟁 지역의 소식들을 접하는 태도가 과연 어떠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부당한 처형이나 학살로 죽어간 이들의 숫자도 정말 어마어마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축제를 벌이듯 쏟아지는 폭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고 오래된 가뭄으로 말라버린 그 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 또한 어마어마하단 사실을 말이다.

어릴 적 소중했던 추억들이 담겨있는 장소들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리고 모두가 떠나버려서 아는 이웃조차
없는 낯설어진 고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 작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좋겠다. 맘을 푹 놓고 읽기에
그리 편안한 작품을 아니지만 불편하다고 더 이상 외면한 하는 것은 더 부끄러운 짓일테니까..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이 책을 접하고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을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편견과 배타적인 시선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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