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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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장점만을 듣기를
원하고 미국인들은 외국인에게 자기 나라의 단점이 뭔지를 궁금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실히 우리
나라는 누군가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비난으로 듣고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런 이유로 만약 누군가의 <발칙한 한국학>이 국내에 출판된다면 너도나도 그 책을 비난함에 있어
엄청나게 활기를 띄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빌 브라이슨은 그 자신이 미국인임에 틀림없지만 20년 동안의 영국 생활 후
귀향하자 미국인이면서도 동시에 이방인인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고 미국인이자 이방인인 눈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직접 체험한 경험을 살려 칼럼을 썼는데 그 칼럼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이다.

빌 브라이슨을 잠깐 소개하자면 약간은 우유부단하고 엉뚱한 호기심이 무지하게  많고 극심한 기계치에다
소심해서 정의를 보면 꾹 참고 뒤에서 궁시렁거리며 점점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엄청
감성적이며 대단히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이렇게 많은 수식어로 꾸며주는 걸 보고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살려 영국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미국을 얘기한다는데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나.

<발칙한 미국학>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것같다면 당장에 그런 걱정은 멀리 던져야한다.
왜냐면 작가가 빌 브라이슨이므로 이제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낄낄거리면서 웃고 즐길 여유만 준비하면
된다. 아까도 말했듯 20년만에 미국으로의 귀향은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작가로서도 굉장히 낯선 체험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추억거리, 예를 들어 절약정신이 투철한 아버지로 인해 히치콕의  <싸이코>에 나오는
모텔이 부러울 정도로 허름한 모텔에서 묵었던 일, 자동차 극장에서 온가족이 영화를 보던 일들이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된 걸 알게 된다든지하는 개인적인 추억담에서 부터 아름다운
산책길을 놔두고도 불과 5미터를 이동하면서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미국인들, 편리함이 지나쳐 게으름을
초래하는 발명품들을 쏟아내는 미국 사회의 현실과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5살짜리 아이에게도
정치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입국심사장의 이상한 행태와 지나친 관료주의와 같은 미국이 안고 있는 모순들까지
풀어놓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와는 너무 다른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놀라면서도 또 하나 미국인이면서도 미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미국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콕콕 집어내 그것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에도 놀라게 된다. 어쩌면 그게 미국인이지만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자신을 이방인처럼 느꼈던 작가의
심정을 투영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효율적인 미국 우체국의 운영
방식을 겪고도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공짜 도넛과 커피를 칭찬할 줄 아는 작가의 긍정적이면서 합리적인
사고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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