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내 짧은 지식의 폭에 새삼 회의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본문 열 페이지를 읽었는데 그 중에 절반도 이해가 가지 않거나 혹은 "잠깐 금방 뭐라고 했더라."
라며 페이지 앞 장을 연신 뒤적거리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커트 보거네트의 타임 퀘이크가 딱 그런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꽤나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빨리 다 읽어 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도 자꾸만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지는 적절한 비유한 비유들과 큰 웃음을 유발시키는 농담들에 쉴 새 없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뭐랄까.. 어찌 보면 "전혀 전형적이진 않지만 자서전의 성격을 내포한" 타임
퀘이크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정리를 해보자면 먼저 "타임 퀘이크"란 허구헌 날 팽창만 하던 우주가 어느 날 '아! 나 이제 부풀어
오르는 것도 지겨워!'라고 외치며 동시에 수축을 단행한 것을 말한다. 그래서 힘없는 지구인들은
우주가 쪼그라들어 지금까지 살아왔던 10년의 세월만큼을 다시 살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단, 과거로 슝~날아갔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바꾸거나 없앨 수 없고 과거 10년과 똑같이
살아야한다....


자.. 그러면 당연히 되돌려 받는 10년동안 무슨일이 펼쳐지게 될까? 하고 한껏 기대에 부풀지만
작가는 그런 종류의 판타지는 늘어놓지 않고 그 전에 자기가 알고 지내던 친구나 부모.. 자기
자식이나 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치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기율표 역시 처음 부분엔 마치 인명 사전처럼 여러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줄을
잇는다. 타임 퀘이크는 그러다가는 뜬끔없이 공상 과학 혹은 코미디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등장시키기도 하며 재밌긴 하지만 약간은 혼란스러운 전개를 보인다.

그래서 처음엔 이게 뭐지?...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이 작품이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설명을 보고는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지며 이런 식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자신의 얘기를 도대체 누가 우주의 수축과 맞물려 써 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것두 이렇게나
재밌게 말이다."

커트 보거네트의 소설이 열 권 넘게 나와있다고 하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3~4편) 기회가
된다면 그의 작품들을 읽어본 후 타임 퀘이크를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 완전히 내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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