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그가 구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다!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TV에서 우리나라 바다의 문제거리로 등장한 해파리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한창 고기를 잡아야 할 시기에 등장한 해파리는 그 크기가 2m에 달하고 무서운 번식력으로 말 그대로
바다 속을 물 반, 해파리 반의 상태에 이르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해파리들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우리나라 바다가 자신들에게 알맞은 환경으로 변하자 무분별하게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고 결국 직접적인 피해는 어민들, 즉 인간에게 되돌아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단 해파리의 증식 뿐만 아니라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간들의 조금 더 편리한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와 지구가 100% 자기들 소유라는 오만이 합쳐져 결국
그 피해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환경 파괴에만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 오만 중 가장 빈번하고 광범위한 재앙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줄루란드에서 야생 코끼리를 돌봐주는 "툴라툴라"를 운영하던 로렌스 앤서니는
CNN에서 들려준 이라크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을 접하던 중 총탄 속에 방치된 바그다드 동물원을 보게
되고 무방비 상태에 놓여진 동물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바그다드로 향한다. 하지만 바그다드는 결코
그의 의욕만으로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바그다드 동물원에 도착해서도 너무나 열악한
동물원의 실상은 그의 의욕을 단번에 사라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로렌스는 결코 동물원을 처음
본 순간부터 원대한 꿈을 꾸지 않았다. 그는 당면한 문제들, 이를테면 피골이 상접한 동물들의 영양
상태, 헛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동물원의 위생 상태와 오랜 방치로 동물들에게 닥친 갖가지
질병들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전적으로 모든 문제들의 기준을 동물들에게 맞춘다.

로렌스 앤서니의 대단한 점은 물론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는 동물원을 되살리는 일을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차원에서 인간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완전 무의 상태에서
행동으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굳이 전쟁통이 아니더라도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만 봐도
측은한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가 그 강아지를 집으로 안고 들어가진 않는다.
하물며 남아공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배타적인 태도와 총탄으로 반응하는 이라크 땅 한가운데에?
생각만으로도 무모하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물론 처음 로렌스 앤서니의 결심을 읽고 또 일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어도 내 머리 속의 갈등은
계속 되었다. 그가 '약탈자'라고 칭하는 사람들 또한 전쟁의 피해자다. 자신들도 하루하루 떼거리를
걱정해야 할 판에 처음보는 외국인 하나가 와서는 동물들에게 먹을 걸 나눠주고 돈을 쓴다면 아마
나같아도 약탈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기야 오로지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만으로도 24시간이 부족하고
기력이 모자랐던 로렌스 앤서니에게는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을 테지만...

종종 전쟁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선택'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한정된 의료 지원으로
인해 치료 가능한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죽음이 임박한) 선별해야 하고 한정되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을 그나마 골고루 분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구구절절한 사정과는 무관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그러한 선택의 기준으로 보자면 바그다드 동물원의 동물들은 이미 굶어 죽었거나 암시장으로 팔려
나가 누군가의 뱃속으로 갔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구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인간만이 살아갈 수 없고 그렇게 하기엔 지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아니 공간
낭비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인간은 자연의 조화를 저버리는 순간 자신들의 목숨 또한 버리는 일이다.

로렌스 앤서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장에 버려진 동물들에게 몇 만 달러를 기부하거나 전쟁터로 달려
가라는 말이 아니라 각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장 하라는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이나 윤리적인 행동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