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Medusa Collection 3
아이라 레빈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독일 영년>이라는 영화를 보면 전쟁에 지치고 폐허에 남겨진 독일 사람들을 헤집고 유령과도
같은 히틀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면이 있다. 황량하고 피폐해진 건물들 사이사이로 흐르는
독재자의 음성을 그의 악행만큼이나 소름끼치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지나갔다. 그 유령의
음성조차도 그만큼의 공포를 자아내는데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아예 그 독재자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나치가 세상을 장악했을 때,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들 중에 괴링, 헤스만큼이나 악명을 떨쳤던
이가 바로 죽음의 천사라 불린 멩겔러다. 그는 아우슈비츠로 실려온 유태인들을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고 인체 실험을 자행했고 히틀러의 세계 정복이 실패로 끝나자 남미로 도피해
죽기 전까지 태연히 평온한 삶을 살았다.

소설은 평생 나치 친위대를 쫓아다니던 리베르만이 어느 날 한 청년의 전화를 받게 되고 청년이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멩겔러 박사와 몇몇 나치
추종자들이 모여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암살을 계획해 실행에 옮기려 한다는 것.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에 리베르만은 무심히 넘기려 하지만 그와 통화 도중 사라진 청년은 실종상태에
이르고 리베르만은 그가 이야기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들이 무고한 시민,
게다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혀 연관이 없어보이는 노인들을 찾아내 죽이고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리베르만이 추적해 나갈 수록 상상하기 조차 힘든 음모가 드러난다.

 
이 소설은 논픽션이라 해도 믿을 만큼 그럴 듯한 이야기가 개연성있게 펼쳐진다. 만약 누군가가
처음 히틀러의 독재와 유태인 대학살과 같은 일들을 듣게 된다면 누구라도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하고 묻거나 의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라는 한 개인을 그만큼 추종하고 자신의 우월성을 위해 수많은 죄없는
유태인 학살에 동조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졌고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아는 사람이라면 생물학과 과학 기술을
이용해 제 4국을 건설하고 히틀러 시절에 줄기차게 떠들어댔던 아리안 민족의 부흥을 일으키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작품이 설정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연관성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그같은 과거에 벌어졌던 비극과 악행들을 유전자 기술이라는
현대 과학기술과 접목시키고 그 안에 추리나 서스펜스적인 요소까지 가미한 소설이 흥미롭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멩겔러와 리베르만이라는 극과 극의 인물이지만 (열렬한 반유대주의자와
유태인) 어떤 면에서는 한가지 목표 (멩겔러의 경우 제 4국의 건설, 리베르만의 경우 숨은 나치를
만천하에 드러내 놓는 것)에 매진하고 그것에 온 생애를 바친다는 측면이 서로 대비되면서도 어떤
때는 교차되는 부분이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 소설이 그저 터무니없이 황당한
설정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던 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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