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약력에 버젓이 "사람들이 바나나 다이커리를 사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 말하는 작가가 대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은근히 사주길 바란다는 투로.. 테리 프래쳇의 소개는 앞으로 보여질 유머들의
서막에 불과하다.

테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이 그저 재미 삼아 썼다는 "멋진 징조들"은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천사 아지라파엘과 아담과 이브를 유혹해 인류를 원죄의 늪에 빠뜨린 뱀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당연히 선과 악의 대표 주자들 간의 대화니 불꽃이 튀어줘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친구 사이에 오가는
일상적인 대화와 농담들만 오간다.

이런 작품을 읽고 나면 새삼 내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 한탄스러워진다. 좀 더 이런 작품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걸 안따라주는 실력이 원망스러워지는 것이다.  사실 "멋진 징조들" 속 이야기는 너무나 광범위해서
간추리는 것도 힘들지만 줄거리를 뽑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단
생각도 든다.

큰 틀만 굳이 얘기하자면,  지구 전체를 아마겟돈으로 몰아 넣을 적그리스도의 출현으로 인해 덩달아 바빠진
사람들과 마녀들, 마녀를 쫓는 마녀 사냥꾼들.. 그리고 천사와 악마들..기타 등등에 관한 얘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과 악이 심각하게 대립하며 어려운 성경 말씀이나 요한 계시록을 들먹이지도 않고
신에게 맞선 발칙한 적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올까봐 미리부터 '아니 어떻게 감히..'하며 흥분할 건 없다.

아마 이 소설의 엑기스만 뽑아낸다면 유머와 패러디가 줄줄이 딸려  나올테니까.. 정말 시종일관 우스운
말장난과 기발한 아이디어들때문에 미친 듯이 웃다보면 약간 부담가는 소설의 분량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나 다른 작품들에서 부연 설명의 기능을 하는 각주 부분을 작가가 직접 달아 각주 안에 또다른 세계가
있는 것처럼 그 짧은 각주안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패러디까지 하고 있어 각주가 좀 많아도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를 더해준다.

왜 이 작품을 두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직계 후손이라는 평을 내렸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로 정신없이 재밌는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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