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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마을 꼭꼭이
안나 러셀만 지음 / 현암사 / 1996년 7월
평점 :
이제 내 딸에게 있어 밥먹는 일은 심상챦은 일이 되어 버렸다. 뱃속‘정거장’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뱃속마을 꼭꼭이> 때문이다. “엄마, 내가 이 콩나물 먹으면 꼭꼭이들이 잘 부술까?” “엄마, 꼭꼭이들은 채소를 부수는걸 좋아해? 아님, 과자 부수는걸 좋아해?” “내가 잘 씹어서 꼭꼭이들이 부수기가 쉬워졌을까?" 음식 하나하나 먹는 것이 뱃속에서 음식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꼭꼭이 덕분에 신경이 쓰이고 아울러 신기한 모양이다. 마치 책의 누리 뱃속 꼭꼭이들의 분주한 모습이 자신의 뱃속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듯한 상상력으로. 그도 그럴것이 책은 꼭꼭이의 존재와 하는일들을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꽤나 이해하기에 익숙하도록 설득력있고 재미있게 그려 놓았더랬다.
음식없는 허한 빈 뱃속에서 잠을 청하는 꼭꼭이. 그러다가 배고픈 누리가 갑자기 허겁지겁 먹어대는 통에 씹지도 않고 삼킨 큰 음식 덩어리들. 한꺼번에 벼락같이 떨어지는 소낙비 같은 음식들. 모여든 누리 뱃속 꼭꼭이들이 부수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닌듯하다. 게다가 누리가 차가운 초콜릿 음료수를 먹었는지, 금방 얼어붙은 뱃속마을.. 더 이상 일을 못한다고 시위하는 꼭꼭이들. 덕분에 누리는 배탈이 나고 말지만 다행히 따뜻한 물도 마시고 배를 따끗하게 하여 꼭꼭이들도 부지런히 음식을 다시 부수고 작은 창자에서 큰 창자까지 실어나르고 그 와중에 영양분을 핏줄로 호스를 통해 날라주고.. 하는등의 일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내 아이는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밥을 너무 급하게 많이 그리고 씹지 않고 먹으면 뱃속 꼭꼭이들이 음식을 부술수도 없고 위험해지는 거라고. 그럼 우리 배도 배탈이 나는 거라고. 씹지 않고 삼킨 딱딱한 음식 덩어리는 때론 꼭꼭이의 머리에 맞아 기절시킬수도 있다는 것을. 젤리나 사탕은 정말 끊어지지도 부숴지지도 않아 꼭꼭이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