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굵직한 목탄의 움직임. 소낙비를 연상시키는 시원함에, 아무렇게나 휘몰아치는 비의 자유로움에 괜한 호감이 갔었다. 헌데 그 비오는날, (목탄의 재주스런 빗줄기에 신경쓴 나머지) 이 우스꽝스럽고도 한심스런(?) 동물들의 모습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게 실수라면 실수일까...기막힌 상상이라기엔 지나치게 경박해 보이고, 낄낄거리며 보며 웃고 넘기는 만화같은 책이라기엔 내용이 허술한 듯하다. 동물천하를 호령한다는 치타나 사자는 우산이 날아갈까봐 붙잡고 노심초사하질 않나.. 목을 확 뒤로 젖혀 고작 빗물을 받아 먹고 있질 않나... 날개가 비에 젖을까 살살 걸어가는 나비는 꼭 생쥐 같고,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는 그 답지않게 장난끼스런 얼굴로 물장난을 치고있고, 호랑이는... 굴에 갖혀 한심한 얼굴로 이제나 저제나 비가 그칠까 누워 뒹굴거리고, 비를 뿌리고 있는 용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글쎄... 아이의 상상의 눈으로 본다면야 익살맞고 재치넘치는 이야기라고 인정해버리면 할 말이 없지만. '그냥 재밌게 보는거지뭐.. '라고 넉살좋게 얘기한다만 역시 할 말이 없지만. 어째됐건 내 아인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책이다. 좀더 어린 아이에게 권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