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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9
주디스 커 지음,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이야기 흐름은 무엇보다도 푸근한 느낌이고 신선하다. 이 책속의 호랑이는 우리나라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호랑이처럼 숲속에서 민가로 어슬렁 거리며 내려와 '떡 하나만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해학이 넘치되 긴장감으로 몰아넣는 호랑이가 아니다. 외국동화책류에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 이미지가 위협의 대상이라기 보단 그저 평범한 '몸집 큰' 동물 정도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소피와 엄마는 그 덩치큰 호랑이가 떡하니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든 홍차든 우유든 그릇째 몽땅 다 털어넣고, 그것도 모잘라 수돗물을 다 빼먹고, 소피와 엄마가 먹을 저녁밥과 냉장고속의 먹을 것을 모조리 다 먹어도, 아무래도 좋은가 보다. 온 집안을 뒤져가며 닥치는 대로 먹는 호랑이 옆에서 소피는 그 곁을 떠나지 않고 꼬리도 만져가며 사랑스런 눈길을 떼지 않았고, 엄마 역시 이렇다할 제지없이 호랑이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니 말이다.
소피는 다음날 엄마와 먹을 것을 사러 가는길에 아주아주 큰 호랑이 먹이가 든 통을 샀지만 호랑이는 오지 않는다. 우리 정서랑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개인적으로 그낙 반기고 싶은 호랑이는 아니지만, 한편으론, 멀고 근엄하게 느껴지는 호랑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동화 작가의 욕망이 녹아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