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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ㅣ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평점 :
아이들이 제일 관심을 많이 두는 소재중의 하나가 바로 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많은 책들이 똥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강아지똥>은 미천한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참 아름답게 그리고 있어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응가하고는 코를 싸매고 더럽다고 절레절레 머리를 흔드는 30개월 제 딸아이를 보고 제가 말합니다. '명기야, 네 똥은 네몸에서 나왔으니 역시 소중한거야..' 들은체 만체 여전히 코를 싸맨니다만, <강아지똥>을 보고는 강아지똥이 민들레 꽃을 피우는 중요한 거름이 되는 것을 봐서인지, '엄마, 명기똥도 중요해'그러지요. 그림책의 위력에 새삼 놀라웠지요.
강아지가 담밑 구석에 눴던 강아지똥. 참새도 지나가다 더럽다고 날아가고, 닭도 쓸모 없다고 가버립니다. 슬퍼하는 강아지똥 앞에 민들레 싹이 돋아납니다.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강아지똥에게 민들레는 거름이 되어 달라고 하니, 강아지똥은 너무나 기뻐하며 민들레의 몸속으로 스밉니다. 거름이 된 강아지똥 덕분에 예쁜 민들레 꽃이 피어나고, 민들레 향기가 바람따라 퍼져 갑니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건 없다고 했던가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누구에게건 어디에건 꼭 필요한 존재라는걸 아마 제 아이도 어렴풋이 알았나 봅니다. 30개월 아이가 완전히 소화하기엔 글이 제법 많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심취해 있는걸 보면.. 아마 그 순간 잠시, 제 아이는 제자신이 강아지똥이 되었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