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ㅣ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평점 :
도깨비를 빨다니... 너무 산뜻하고 재밌는 소재였던지라, 보는 재미가 그만이였던 책입니다. 29개월 제 아이 명기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열심히 책을 들여가 보았더랬습니다. 긴 내용이였건만 저도 뒷 얘기가 몹시도 궁금했었나 봅니다. 그림은 그다지 예쁘지 않습니다만,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 위주로 보면 더 없이 맛깔스런 책인것 같습니다.
맑은날이면 커튼이며 옷들이며 이불을 모조리 다 꺼내어 눈깜짝할 사이에 빨아버리는 튼튼한 팔뚝에 덩치좋고 인심좋은 엄마에게 사실은 그다지 정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요...장화며 우산,가방,주전자,빗자루,부채등 집안의 온갖 물건들과 병아리며 오리, 강아지.. 아이들까지도 모조리 빨아서 나무들 사이로 줄을 매어 집게에 꼭꼭 집어 놓은 상상밖의 이 광경은 우스꽝스럽기도하고요, 그제서야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이 엄마에게 빨려들어 갔답니다.
험상궃게 생긴 천둥번개 도깨비가 엄마의 널어놓은 빨래 사이로 걸렸다가 빨래감이 되지만, 결과는 뜻밖입니다. 빨아버린 도깨비는 앞,뒤 분간도 없고 눈,코,입도 없어져 버렸거든요. 아이들이 다시 그려준 얼굴의 천둥번개 도깨비는 정말 예쁜 아이처럼 귀엽고 천진스런 얼굴이 되어 기분좋게(?) 돌아갑니다.
다음날.. 엄마집에는 먹구름과 함께 몰고온 더러운 천둥번개 도깨비들로 가득찼습니다. 명기와 저는 마침내 빨아달라고 몰려온 도깨비들의 이 광경에 낄낄 웃고야 말았습니다.
'빨아주세요. 씻겨주세요. 그려주세요!!' 제 딸 명기가 도깨비들을 대신해 이렇게 외쳐대는 통에 그 뒤의 책 읽기가 진행이 안된때가 더 많았지요. 엄마의 힘센 팔뚝이 유난히 정답습니다. '나에게 맡겨!'.
상상력을 발휘시키는 재료로 이만한 책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이기에 꼭 추천하고픈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