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Paperback) Millennium 시리즈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 Random House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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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때론 지나치게 –혹은 쓸데없이- 장황한 묘사를 오랜 기자생활에 서 온 몸에 밴 결벽증 정도로 받아들일 아량과 마지막 부분의 느슨하고 웅변적인 일장 연설을 작고한 작가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던지고 간 메 시지 정도로 생각해줄 용의가 있다면 이 책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책 입니다.

‘밀레니엄I-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가끔 독자들이 자신을 사로잡은 책에 대해 ‘다른 것들을 시시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작품이라고 추켜세 우는 책들 중 하나에 들어가고도 남는 책입니다.

미래의 독자들이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도 공감합니다.

어느 책에 있던 ‘무조건 읽어라!’ 라는 카피는 이 책에 옮겨 심어도 좋을 겁니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평생을 따라다닐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 다.

몇 줄 칭찬이 무의미한 작품입니다.

몇 년전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끝내고 난 뒤 며칠을 빠져 있었던 것처럼 아마도 한 동안은 이 책이 드리운 그림자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읽고 있던 한기 도는 스릴러도 그래서 몇 장 읽다 덮었습니다. 밥은 먹고 살자면 그래도 제 정신인 것이 좀 더 낫지 싶어 서요.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은 더 밝은 책으로 갈아탔습니다.

어쩌다 길 위에서 북유럽 혹은 동유럽 여성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하지 만 앞으론 여느때처럼 그 진한 초록색 눈동자에 빠져들기 보다 행여 그 뒤에 숨어있을 음산한 비밀에 대해 더 눈독을 들일 것만 같습니다.

무성의해 보이는 표지(한글 번역본) 때문에 묻어두기엔 너무 아까운 책 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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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ur of Law (Paperback)
Gimenez, Mark / Sphere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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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따지고 분석하는 일에는 크게 재주가 없다보니 이런 글을 누군가 가 보이기 위해 쓸 때는 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애를 먹게 됩니다. 특히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 해야할 지 막막할 경우가 태반인데요, 이 책의 경 우엔 이전과 달리 몇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그 중의 하 나가 이런겁니다…

만약, 저에게 9살된 딸이 있고 그 딸이 “아빠, ‘정의’가 뭐예요?” 라고 묻 는다면 아마 저는 잠깐 고민한뒤 “그보다 혹시 애가 어떻게 생기는 지가 더 궁금하지 않니?”라고 되물을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섹스에 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한 시기가 돈이 ‘정의’고 권력이 ‘정의’라는 개 념이 필요한 시기보다 훨씬 더 빨리 그녀에게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 다.

타임지가 ‘차세대 (존)그리샴’ 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이 작가의 데뷔 작은 그 정의가(그런게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어떤식으로 지켜지고 또 어떻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동화’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동안 읽은 존 그리샴의 책이라곤 ‘펠리컨 브리프’랑 ‘톱니바퀴’ 달랑 두 권뿐이라 각각을 비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여튼 ‘톱니바퀴’를 읽 고난 뒤에 마치 ‘솜사탕’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던게 떠오릅니다. 먹을 땐 달싹하니 맛있는데 막상 끝내고나니 허탈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할 까…그리고는 ‘아! 나랑은 안맞는구나…다시 읽게되는 일은 없을것 같 아…’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턴가 그런 달짝지근한 책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렇다 고 내심 오랫동안 지켜온(?) 그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고…그러던 차에 눈에 띈게 바로 이 책입니다. 뭐, 첫장을 펼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 았습니다. 책 머리에 붙은 입에 발린 찬사들은 가끔 안 보느니만 못한 때도 있고 해서…그런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영어로 읽는 것이기도 해서 페이지 넘기는 손에 속도가 붙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 데요…암튼 그 정도로 흡인력 있는 소설인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 안의 변호사로 일해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법에대해 큰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들도 알기쉽게 자세히, 때론 마치 자신의 지난 생활을 반성 하듯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는 장면들인데요, 특히 주인공 ‘스콧 페니’가 초반부에 자신이 앞으로 변호하게 될 피고인과 관련해 자신의 9살난 딸 ‘부’와 나누는 대화는 제 두손을 자석처럼 이 책에 들러붙게 만 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구나.’ 책 을 누비는동안 줄곧 따라다닌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이 야기를 축으로 거기에 영화같은 구성을 붙여 독자들의 눈을 붙잡는데 비교적 성공한 것 처럼 보입니다. 중간중간 너무 나간듯한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조금 지나친 듯해 보이는 동화적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옥의 티일 수도, 혹은 부실 공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 이 정도면 전체적 인 완성도에 빗대어 볼때 그냥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 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적어도 제 눈엔 작가가 자신의 데뷔작 에서 굉장히 많은걸 털어놓은 것 처럼 보인다는 건데요, 과연 ‘인 사이 더’로서의 그 ‘폭로(?)’를 빼고 나면 앞으로도 다른 여타 작품들과의 차 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게 사실입니다. 대놓고 이야기하면 ‘롱런’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는건데요…아뭏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쩌면 현재 네번째 작품까지 나와있는 이 작가의 책을 계속 찾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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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ss Murder (Paperback)
Mehmet Murat Somer / Penguin Group USA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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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호주에 온지 이제 1년 반이 좀 넘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변한 것 중 하나가 저랑 조금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땐 그저 저랑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만 다 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와서 그들이 저와 다르지 않고 같은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 며 살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겁니다.공중파 TV의 아침 와이드쇼에 40 대 성전환자가 출연해서 열여섯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옳으 냐 그르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장면이라든가, 최고의 퍼펙트 커플을 가리는 리얼리티 쇼에 등장한 게이 커플을 지켜 보는 것은 약간 충격이 긴 했지만 일단 브라운관을 통해 한 번 걸러지는 것이라 그 강도가 덜 했다면, 그들과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장난 을 치며 농담을 주고받다 차츰 그들에게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자신을 보게 된것은 일종의 발견에 가까웠다고 말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년 반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몇몇 장면은 여전히 읽기 부담스러웠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 같습 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하실 지도 모르겠습 니다.

주인공은 밤엔 -책의 설명대로라면- 3류 나이트 클럽의 오너로, 낮엔 컴 퓨터 보안 컨설턴트로 일하는 (작가가 끝까지 이름을 숨긴) ‘Transvestite’ 인데, (제가 가진 사전엔 이 단어를 ‘복장 도착자’,’변태 성욕자’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 단어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을 뿐더 러 이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도 부적절한 것 같아 그냥 옮깁니 다.) 어느날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의 여 종업원(트랜스젠더)인 ‘Buse’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이전에 관계를 가졌었던 어떤 이로 부터 그와의 비 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그녀가 현재까지 지니고 있는- 사진과 관련 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한뒤, 다음날 시체로 발견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성과 관련된 낯선 단 어들과 비유적 표현들도 어려웠지만 플롯 자체가 큰 줄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좀 어수선했다는 표현이 적 당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이 작품의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혹은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쩌면 어마어마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내용 이 (자세한건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기에)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제 짧은 영어가 그걸 다 이해하기엔 모자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 습니다.

뭐 그냥 ‘일마즈 귀니’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작 ‘욜(길)’의 배경인 나라이 며,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미국 청년 이 ‘조르지오 모로더’의 유명한 테마음악에 맞추어 뛰쳐나온 감옥이 있 던 곳이고, 2002년엔 한국의 형제나라로 급 부상한 터키의 추리소설을 접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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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rpse in the Koryo (Paperback)
James Church / Minotaur Books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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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서점에서 본 게 약 3~4달 전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크라 임 픽션 진열대를 쓰윽 훑고 지나가는데 이 책의 등에 박힌 ‘KORYO’라 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얼른 빼서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북한 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실은 한참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날 은 그냥 돌아섰습니다. 30달러에 이르는 책값도 무시 못할 원인이었지 만 ‘외국인의 눈으로 들여다 본 북한 내부의 묘사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 울까?’ 하는 책의 리얼리티에 관한 못미더움도 거기엔 있었기 때문입니 다.

그리고는 이후로 서점에 들를 때마다 한번씩은 이 책을 들춰보게 되었 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제 마음 한 켠에 이런 자성이 싹트더군요. ‘그렇다면 나는 실제로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그 지식의 정도 가 과연, 휴전선 너머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펜을 통해 나 름의 사전 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는 이 책 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시할 만큼 되나?’… 결국 어느 날 서점을 나오는 제 한 손엔 이 책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A crackling good mystery novel, filled with unusual characters involved in a complex plot that keeps you guessing to the end.” –The Washington Post

책의 커버에 실린 추천사입니다. 위에 굵은 표시로 이루어진 문장은 제 가 이 표현에 대한 ‘동의’의 표시로 해 놓은 것입니다. ‘그럼 일반 굵기로 쓰여진 앞부분은 부정한다는 거야?’ 라고 물으시면 고개를 반쯤 끄덕여 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냐고 되물으실 것에 대해 준비한 제 대답 은 이렇습니다. ‘너무 비범한 캐릭터에 너무 복잡한 플롯, 그리고 그것이 계속 끝을 궁금하게 만드는건 사실이지만 왼지 가도가도 스무고개 수수 께끼의 두어 번째 질문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 작품엔 적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 중 핵심 인물인 ‘강’과 직속 상관인 ‘박’을 빼놓고는 줄거리의 흐름과 같이 하고 못하고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소설이 어차피 현 실세계를 재 구성한 드라마인 만큼 극적 효과를 위해 사건이나 캐릭터 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반전’이 상당한 비중을 차 지하고 있는 추리소설 장르이니 만큼 더더욱- 나아갈 필요가 있는데 그 냥 소개나 나열에 그치고 만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뭐 그런 것들이 좀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한가지 사실이 더 책 읽기에 훼방을 놓은 것이 있었 는데, 바로 북한 사람들에 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대한 ‘선입 견’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 니다. 왜냐하면 제가 직접 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 보거나 한 적이 없 기 때문입니다. 가끔 TV 뉴스를 통해 원색의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무 디어 보이는 마이크를 앞에 두고 쩌렁쩌렁하게 당 소식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나, 예전 ‘남북의 창’이란 TV프로그램을 통해 보곤 했던 북한 영 화 한 토막, 그리고 한때 응원단으로 남한을 찾았던 예술단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 그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죠. 어쩌면 부끄럽게도 아직도 전 오래 전 마치 유행어처럼 희화화 되었던 “‘묘향산’에 수영하러 왔습 니다.”라고 한 북한 여성의 말이 여전히 사실일 거라고 믿고 있는 건지 도 모르겠습니다.

도청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전화 교환소의 교환원이 주인공 ‘오’와 농담 을 주고 받는 모습, 역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노리는 포주, 원하 면 주위 어디서든 성경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떡 파는 행상 할머니, 무료한 밤을 포르노 비디오와 함께 지새는 국경 근처 모텔 직원 그리고 감히 ‘겁도 없이’ 주석배지를 빼놓고 다니는 주인공 형사 ‘오’. 이 모든 것이 생경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서로는 이 해하기 힘든, 어쩌면 매우 극적일 수도 있는 장면에서의 지나치게 인색 한 혹은 메마른 묘사를 포함해서요…

만족 못했던 부분만을 쓰기 했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플롯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특히 주인공 ‘오’가 당 간부인 ‘강’과 주체 사상 탑 꼭대기에서 만나고 돌아온 날 상관인 ‘박’에 의해 ‘강계’로 내려 가라는 말을 듣고 내려갈 때부터 ‘고려 호텔’에 얼굴이 부수어진 시체가 발견 되었다며 수사가 필요하니 다시 올라오란 연락을 받고 평양으로 오기까지의 전반부 전개는 흡사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 라’를 연상시킵니다. ‘평양’에서 ‘강계’, 거기에서 ‘만포’ 그리고 다시 ‘평 양’으로… ‘오’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뿐 대답이 없습니다.

Ps: 희극과 비극은 흔히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합니다. 전 다음 구절을 수 차례 연달아 읽었습니다. 웃기기도 또 너무 슬프기도 했기 때문입니 다.

‘The train to Pyongyang was late. Not like some place, where a late train means twenty minutes, even an hour on a bad day. This train didn’t come tha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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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 on It: A Chet and Bernie Mystery (Paperback)
Spencer Quinn / Atria Book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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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이바노비치'의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2권을 읽는 동안 줄곧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있었는데, '만약 이 책을 원서로 읽는다 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행여라도 오해가 있을까 봐 말씀드리지만 번역자분의 능력을 의심했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 다.) 사실 이 글이 너무 재밌어 책장을 넘기는 동안 연신 키득거렸었는 데, 그러면서도 어딘가 좀 허전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좀 더 멀리 갈 수 있는데, 그러니까 좀 더 웃길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요. 다른 언어의 글이 우리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없이 생길 수 밖 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손실. 뭐 그런거 말입니다…

'얘는 뭐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 하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고, 아 니면 눈치가 100단, 아니 그 정도 까지도 필요없고 한 10단, 이신 분들 은 '그래 니가 뭔 말 하려는 지 알아.' 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본론을 바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라는 것입니 다. 헌데 아쉽게도 자신있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기가 껄끄러운건 아무 래도 그 재미의 상당부분이 좋게 이야기 하면 '언어적 유희' 이고 좀 다 르게 표현하면 '말 장난'인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 한 번도 원서와 번역서를 동시에 읽어본 적이 없어 원서의 글이 어떤 식 으로 우리 글로 옮겨지는 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 역시 좀 조심스럽스니다만, '만약 정말 운좋게도 이 작품이 우리나라 에 소개되어진다면 그 '불가항력적인 손실'의 크기가 얼마만큼이 될까? 그리고 자잔하지만 절대적 재미를 보장하는 잔가지들이 싹둑 쳐져도 정 말 읽을 만한 책이 될까?' 뭐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것이 사실입니 다.

혹시 책 제목에서 낌새를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의 화자는 ‘개’입니다. 실은 이 개가 자기 이름에 굉장히 예민하니 앞으론 이름 (CHET-쳇)으로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로 적고보니 그 이름도 좀 웃기군요. (웃음이 헤픈건지 아님 코드가 다른건지 암튼… ㅎㅎ)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쳇’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라고 말씀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춘데다 깜짝 반전도 있고 거기에 하드보일드 소설 풍의 유쾌한 대사로 넘쳐나는 이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지만, ‘쳇’이 인 간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 능력안에서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인간의 몸짓 을 자기 종족에 빗대어 해석하는 장면에서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확신 하건대 아마도 당신은 -개를 좋아하는 분이시시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분이라 할 지라도- 이 책을 읽고난 뒤 개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당신 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 다.

자신이 경찰로 일하던 시절, K-9 트레이닝을 받았던 경찰견 출신 ‘쳇’과 함께 사설탐정 일을 하고 있는 ‘버니’는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을 찾아달라는 여인의 의뢰를 받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사춘기의 일 탈쯤으로 여겼던 ‘버니’는 조사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차츰 그 수사망을 넓 혀가지만 시간이 흘러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나타나질 않고, 그러던 어느밤 자신의 파트너인 ‘쳇’마저 홀연히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는 ‘무언의 목격자’가 되어 다시 돌아온 ‘쳇’. 과연, 버니는 이 미궁의 유 괴 사건을 스테이크와 감자칩에 환장한 명견(?) 쳇과 함께 무사히 해결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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