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sh & Blood: A Frank Elder Mystery (Paperback)
John Harvey / Mariner Books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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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작품 속의 인물들이 남긴 인상이 너무 뚜 렷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 ‘FLESH AND BLOOD’의 그들은 이 전보다 좀 더 오래갈 지도 모르겠습 니다. 사실 끝을 본 지가 보름 정도 되어가는데 여전히 그 모습들이 이 따금 아른거립니다. 그래서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무언 가라도 남겨 야겠다고 자판에 손을 올려놓긴 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언제나처 럼- 마땅한 말이 떠오르질 않는군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왠지, 못 하는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해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만약 세상이 정말 이런 사람들로 우글거린다면 ‘우 울증’은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 정도로 인식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전에도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전 그들의 고독은 가 끔 멋으로 포장되기도 했었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멋대가리들 조차 없 는 인간들입니다. 누군 가에겐 그저 황폐하고 메마른 인간들로 비칠 지 도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 ‘살과 피’로 구성된 정을 가진 인간들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아마도 저에게 최고의 섹스 씬으로 기억될 이 작품 속의 그 것은 추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 다.

누구나 액션영화의 주인공이기를 희망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일이 일 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듯이 누군가 원 없이 외로움을 즐기고(?)싶은 분 이 계시다면 ‘FLESH AND BLOOD’은 충분한 답이 될 것이라고 말씀 드 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 으시리라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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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rker Domain (Paperback)
Mcdermid, Val / Harper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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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Val McDermid’란 작가를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일단 이곳 http://pocf.textcube.com/12 에 작가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으니 들렀다 오실 것을 추천 드 리구요…(지금도 사실 별로 아는 건 없지만) 정말 아무런 지식도 없을 때 서점 추리소설 섹션을 돌며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작가의 책은 죄다 앞 뒷장을 훑어보며 대략의 정보를 얻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 가장 눈에 띈 이름이 바로 ‘Val McDermid’였습 니다.

다른 작가의 책들에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촌평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 는걸 보면서 국내에 있을 땐 들어본 적도 작가라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 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BBC’라디오 웹사이트를 통해 내 려 받은 ‘FOUL PLAY’라는 공개 범죄드라마(?)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녀 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아! 이 작가의 책은 무조건 한번은 읽어야겠구 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사진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의 신체 사이 즈를 짐작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굵은 목소리의 묵직한 저음은 왠지 모르게 작가에 대한 믿음이 가게 만들더군요.

(혹시 저 ‘공개 범죄드라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자면…먼저 극을 이끌어가는 사회자가 있습니 다. 이 분이 대본도 쓰시구요. 그리고 연기자들이 극마다 조금씩 다르지 만 대게는 담당수사관과 세,네명선의 용의자 캐릭터를 각각 맡아 청중 들을 상대로 연기를 하게 됩니다. 수사관이 대략의 사건현장 소개를 한 뒤 용의자들이 나와 자신들이 피해자와 어떤 관계이며 범죄시각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등을 연기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 연기자들의 연기 를 통해 펼쳐지는 가상의 살인사건의 비밀을 게스트로 초대된 2명의 추 리소설 작가 가 푸는 겁니다. 중간중간 게스트들이 용의자들에게 한 두 마디 심문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데 범인이 일찍 밝혀지는 것을 막 기 위해 사회자가 적절한 선에서 그 질문들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됩 니다. 개인적으로 이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면서 영국인들의 추리소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TV 드라마 ‘WIRE IN THE BLOOD’…그녀의 원작 캐릭터를 바탕 으로 한 시리즈물 인데, 여기와서 많은 종류의 범죄드라마를 본건 아니 지만 그 드라마들 중 ‘Midsommer Murders’ 다음으로 (비록 한 시즌이 긴 하지만)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영국의 범죄드 라마가 미국의 그것과 다른 점은 한 시즌에 많은 편수가 제작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작품의 질이 높다는 것과 카메라 테크닉에 공을 들이기 보 단 배우들의 연기를 많이 살린다는 것인데 ‘WIRE IN THE BLOOD’는 카 메라 테크닉이랑 연기 모두가 훌륭해서 드라마를 보는 동안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힘 앞에 저절로 압도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 ‘A DARKER DOMAIN’은 그래서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하게 되었습 니다.

탄광촌 파업을 깨고 도망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20년 이상을 연락을 끊고 살아온 딸이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COLD CASE’ 담당 수사관 ‘Karen Pirie’를 찾아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달라는 부탁 을 합니다. 하지만 수사도중, 그녀의 아버지가 파업을 깬 다른 몇 명의 광부와 함께 도망간 것이 아니라 우연히 같은 날짜에 다른 이유로 사라 졌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진상조사는 미궁에 빠져듭니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캐릭터 묘사도 확실하고 해서(기 발한 플롯도 좋아하지만 캐릭터가 뚜렷한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초반, 적어도 중반 이후까지는 읽는 이가 빠져들만한 충분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어떤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장면 이후부터는 왠지 추진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분명 의외이기는 하나 충격적이라기 보단 그냥 덤덤하다고 해야 할까…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 모르게 저를 짝사랑 했던 오래된 여자친구의 편지를 우연히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은 것 같 은 기분이라고 하면 정확할까요?

쓰려다 보니 이런 모양새가 됐지만 모자란 작품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대가 컸던 만큼 조금 아쉽다는 뜻입니다. 사실 초반 부분을 읽 으면서 계속 ‘미야베 미유키’ 여사랑 비교를 했었거든요. 아무튼 기회가 되면 그녀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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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tych (Mass Market Paperback)
Slaughter, Karin / Dell Pub Co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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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 냐하면 그녀의 외모가 제가 늘 ‘여성 추리소설 작가는 이렇게 생겼을 것 이라고 생각해온 이미지와 - 책 앞표지 안쪽면 전체를 메운 사진을 보고 흠칫 놀랐을 정도로 -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웹페이지 (www.karinslaughter.com)에도 현재 모습이라고 추정되는 사진이 있 긴 하지만 약간 앳된 분위기를 풍기는 책속의 초상은 뭐랄까.. 신비스러 움마저 느껴집니다. 에 실린 ‘기리노 나츠오’여사의 그것과 함께 자웅을 겨룰만한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랍다!' 라는 탄식이 책을 읽는 동안 연신 터져나왔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플롯도 압권이지만,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 게 줄타기하면서 읽는이로 하여금 마음으로는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머 리로는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이런 캐릭터 묘사도 이전엔 본 기억이 없 습니다. 거기다 싸이코패스, 스릴러, 버디(BUDDY) 그리고 미스 리딩에 까지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이 한 작품 속에 모두 녹아있으니 을 추리소 설 장르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밑기지 않는 다는 말 외의 다른 사설은 군더더기라고 생각하게끔 하고 이것보다 재밌는 책을 앞으로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쉽 게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들며 그 생생한 캐릭터들과 함께 정말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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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tter (Paperback, Reprint)
Robotham, Michael / Little Brown & Co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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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추리소설을 대할 때 장르가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기 대하는 바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본격’이라면 훌륭한 트릭 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머릿속에 그리게 될테고, ‘스릴러’라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사건 전개라든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하드보 일드’의 경우엔 주인공 탐정 혹은 형사의 고독한 우수를 보고 싶어한다 든가… 뭐 이를테면 이런식으로요.

를 처음 집어들었을 테도 나름 비슷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표지에서 보 시다시피 ‘손톱을 물어뜯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가 바쳐진 작품이기에 -짧은 영어실력은 안중에도 없이- 휘리릭 책장을 넘 기고 있는 제 자신을 상상했었죠. 더군다나 이 책은 호주정부와 출판과 관련된 민간 기관이 선정한 올해의 ‘50 BOOKS YOU CAN’T PUT DOWN’ 미스테리 부문에도 선정이 됬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니까 ‘책이 뭐 별로였나?’ 라는 물음표를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실은 그게 아니라 반대로 읽는 동안 굉 장히 즐거웠었습니다. 단지 그게 제 예상과 달랐을 뿐이어서 말이죠. 이 책엔 숨막히는 전개도 혀를 내두르는 반전도 없지만 ‘아! 다음은 요런식 으로 흘러가겠구나…’ 하는 제 나름의 예상에서 조금씩 그것도 아주 살 짝 비켜가는 스토리 전개는 이 ‘Michale Robotham’이라는 사람이 우 리 머리 꼭대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어긋나는 전개는 알게 모르게 저를 불안하게끔 몰고갔는 데 요, 실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작중 탐정 노릇을 하는- ‘주인 공’의 행동거지를 지켜봐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큰 요소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장애우’들을 차별해서 본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가 다 아는 이 병의 증상을 군데군데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줄곧 따라다니던 개운치 않은 기분은 마지막 페이 지를 덮고나서도 가시질 않았습니다. 범인이 잡히니 해피(?)엔딩이긴 한데 끝을 보고났을땐 마치 단조로 끝나는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 분이었거든요, 묵직하고 뭔가 내리누르는 것 같은 그 기운은 한 동안 곁 을 떠나질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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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Servant (Mass Market Paperback)
Silva, Daniel 지음 / Signet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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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것이 대개의 경우지만, 흔치 않게 현실이 영화 를 뛰어넘는 경우를 가끔 우리는 목격합니다. 얼마 전, 자신을 유괴한 범 인의 저택 뒷마당에 쳐진 낡은 텐트 안에서 18년을 세상과 단절된 채 어 머니의 유괴범을 아빠로 둔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지내온 ‘제이시 리 두 가드’의 이야기가 그랬고, 이전까지의 모든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을 시 큰둥하게 만들며 아프가니스탄을 제2의 베트남으로 탈바꿈 시킨 계기 가 됐던 ‘11/9’이 그랬습니다. ‘11/9’ 8주년 추모식이 얼마 전 있었습니 다.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지만 여전히 저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지도 위 어느 곳에 붙어있는 지도 알 수 없는 그 많은 ‘___스탄’ 중 하나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아닙니다. ‘부시’가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렸을 때에도 이라크는 그저 우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 중 하나일 뿐이었 습니다. 이 무감각이, 서방세계들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비교적 테러로 부터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는 탓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군부와 그 계승자들이 잊을만하면 꺼내든 ‘북풍’ 으름장에 오랜 세월 시달리고, 근 십 여 년간 테러 못지않은 사고들(영풍 백화점,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을 지켜보는 동안 알게 모르게 강화된 면역력 때문인지 그건 모르겠습 니다. 아무튼 이 무신경에서 비롯된 무지가 이 책를 지나는 동안 줄곧 저를 괴롭혔다는 것을 아무래도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는 제가 읽었 던 여느 스파이 소설들 이상으로 무미건조합니다. 그 무덤덤한 정도가 지나쳐, 같은 배경(이스라엘)을 두고 있는 <피닉스>같은 액션 활극을 은 근히 기대했던 저로서는 때론 신경질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또 이 작품 은 비슷한 장르의 그것들과 같지 않게 내용의 상당 부분을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로 진행시키고 있는데, 인물들간에 주고받는 대사들의 행간을 읽을 수 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재미를 표면적 의미를 이해하기에도 벅 찬 제가 누리려고 하니 그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곤욕이 었습니다.

‘Anthony Horowitz’라는 영국 작가가 쓴 청소년용 스파이 소설 ‘Alex Rider’ 시리즈 중엔 한 테러범이 영국 시민을 볼모로 잡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인 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 기 위한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상황이 언제든 충분히 일어 날 수도 있음을 얘기합니다.

끝에 실린 ‘작가의 글’을 통해 글쓴이는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도 울 고 갈 만한 냉정하고 차디찬 액션 장면 묘사에 해명(?)하고 있습니다. 또 한 책장을 넘기는 동안 줄곧 따라다녔던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일 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도 그 글을 통해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성이 어디에서 기초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적어도 저는- 이전 에 보지 못했던 4페이지에 이르는 ‘감사의 글’에 실려 있습니다.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 작년 말인가 올해 초 영국의 버스에 한 무신론자 단체에 의해 실렸던 광고입니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문장의 한 단어 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KILLING AND ENJOY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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