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작품 속의 인물들이 남긴 인상이 너무 뚜 렷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 책 ‘FLESH AND BLOOD’의 그들은 이 전보다 좀 더 오래갈 지도 모르겠습 니다. 사실 끝을 본 지가 보름 정도 되어가는데 여전히 그 모습들이 이 따금 아른거립니다. 그래서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무언 가라도 남겨 야겠다고 자판에 손을 올려놓긴 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언제나처 럼- 마땅한 말이 떠오르질 않는군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왠지, 못 하는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해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만약 세상이 정말 이런 사람들로 우글거린다면 ‘우 울증’은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 정도로 인식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전에도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전 그들의 고독은 가 끔 멋으로 포장되기도 했었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멋대가리들 조차 없 는 인간들입니다. 누군 가에겐 그저 황폐하고 메마른 인간들로 비칠 지 도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 ‘살과 피’로 구성된 정을 가진 인간들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아마도 저에게 최고의 섹스 씬으로 기억될 이 작품 속의 그 것은 추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 다.
누구나 액션영화의 주인공이기를 희망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일이 일 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듯이 누군가 원 없이 외로움을 즐기고(?)싶은 분 이 계시다면 ‘FLESH AND BLOOD’은 충분한 답이 될 것이라고 말씀 드 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 으시리라는 가정하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