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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핸드백엔 먹을 것이 가득하다
김동수 지음 / 푸른숲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패션'엔 관심없지만 학생 때 친구가 선물로 준 김동수씨의 첫 책을 읽고 평소 김동수씨가 쓴 책에 관심을 가졌다. 모델로서 독특한(?) 경력을 가진 것도 있지만 - 자칭 E.T파 라는.. -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패션을 실천한다는 등의 시원시원한 그녀의 생각에 더욱 끌렸나 보다.
작년에, 서점에 가보니 김동수씨의 신간 <김동수의 핸드백엔 먹을 것이 가득하다>란 제목의 책을 보고 반갑기도 하고 제목이 재밌다고 생각됐다. 살까 말까 몇번이나 책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결국 못샀다. 예의 그 흔한 패션에 관련된 상식이나 모델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위주의 책이겠거니 하면서.. 그도 그럴 것이 이 책 앞부분은 경험 위주의 얘기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뒷부분에 더많은 실용적인 얘기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러다 우연히 며칠전 이 책을 빌려볼 기회가 생겼다. 모델이 쓴 책이라 당연히 패션모델 생활을 소재로 한 수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요리얘기였다. 요즘 유명인의 요리책들이 붐을 이루더니 그 여파로 나온 책인가 싶었는데.. 여하간 그자리에서 재미있게 독파했다.
요리의 대가는 아니지만 부엌에 있는 시간이 즐겁다는 김동수씨. 게다가 특이한 재료, 특이한 주방기구가 아니더라도 이에는 잇몸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노하우와 맛내기 방법을 소개하면서 외국요리 얘기를 술술 풀어나갔다(외국요리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김동수씨는 우리요리 예찬론자이고 외국손님들이 오면 꼭 한국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상반부엔 김동수씨의 요리 노하우나 외국요리 소개에 대한 메모가 드문드문 나오지만 후반부엔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리법, 생활상식 등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그녀의 요리에 얽힌 이야기와 생각 등 참 재밌고 맛있게 쓰여졌다. 요리얘기 외에도 간단한 기체조나 서양 풀코스요리를 먹는 방법, 다이어트의 지혜 등도 나와있다.
처음부터 기대않고 읽어서이겠지만 내 통념을 깨뜨린 재밌는 책! 이번에 '알라딘' 서점을 통해 주문했는데 주방 한켠에 두고 내내 써먹을 수 있는, 멋지고 유용한 도우미가 되리라 생각한다.
참, 사족을 붙이자면.. 제목이 갑자기 생각 안나는데 김동수씨가 쓴 첫 책에 비해 문체가 많이 부드럽고 유연해진 느낌이다. 원래 내가 웃음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간간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