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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장군전 30
박수영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책이 3권까지 나왔을 때였고, 사모으기 시작한 것은 책이 6권까지 나왔을 때였다. 그때 내가 중학생이었던 듯 한데 벌써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이 책도 제법 오래 연재되고 있는 것이다. 만화를 좀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가 읽는 것의 1/30을 사 모으기가 힘들다. 돈도 돈이지만, 과연 이 만화가 처음의 그 재미를 그대로 가지고 갈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를 사 모으는 사람들에게, 나는 작가와 출판사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것은, 만화 뿐만이 아니라 어느 책에나 통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내가 장군전을 사모은 것은, 나름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 만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동감하는 말이 '초반에는 재미있었는데 갈 수록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거, 대단히 치명적이고 위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의 생명은, 솔직히 재미에 있다.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읽는 것이고, 그래서 사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만화가 재미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거야 말로 배신이다. 더군다나, 처음에는 재미있었다가 갈 수록 재미가 없어진다니.. 이번에 31권이 나왔다는데, 나는 30권까지 서점에서 다 사모았다. 새로 책이 나왔다고 하면, 습관처럼 그냥 사게 되는데, 사면서도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나 하고 의심하게 된다. 작가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재미가 없어진 책에대해 독자는 냉정해 질 수 밖에 없다. 이건 당연한거다.
책이 재미있었을 때는 작가가 '100권까지 하겠다'는 말을, 유쾌한 농담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재미가 급하강 한 지금에는, 정말로 100권까지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 삼국지라는 불멸의 베스트셀러에,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섞는 것은 상관 없다. 그 상상력이 이 만화의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여러권을, 아무런 내용없이 허비했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 20권을 넘기면서 부터는, 한권을 읽는데 5분이면 족할 정도의 책이 되어버렸다. 퀄리티가 떨어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로 씁쓸하다. 제발 처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처음에 내가 느꼈던 그 쫀득한 재미가 정말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