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 1 - 사막의 카리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나오키상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그의 맹목적인 팬이다. 만화의 팬이라면 누가 그를 거부할 것이고, 또 누가 그의 작품에 침을 뱉겠는가! 단연코 그럴 사람은 없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수식어가 증명하듯, 그는 언제나 촘촘한 복선과 수십, 수백 겹으로 포장된 공포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 후 좀처럼 놔주질 않는다. 최근에 나온 어떤 영화처럼, 전기톱으로 얼굴을 갈아버리는 잔혹한 장면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는 언제나 그 이상의 공포를 창조한다. 그래서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그가 그린 만화 마스터 키튼. 사실, 앞에서 장황하게 말한 나오키상이 그린 것이지만, 그는 그야말로 '그렸을 뿐'이다. 글은 다른 사람이 썼는데, 왠지 만화 자체가 다른 나오키상의 작품과 굉장히 흡사한 오오라를 내뿜는다. 분명 나오키상이 같은 주제와 인물로 만화를 그렸으면 이와 같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평소 나오키상이 내게 준 믿음만으론, 나는 이 만화를 읽었을 것이다.

마스터, 달인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키튼은 대단히 훌륭한 재원이다. 옥스퍼드에서 고고학을 수학하여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며, 최고의 SAS대원이었던 동시에 유능한 보험조사원이다. 그의 화려한 경력만 보면, 그는 분명 '엘리트의 인생'을 살아야 마땅한 '엘리트'이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중학생 딸을 둔 이혼남에다가(그는 이혼을 '당했다')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시간 강사 자리는 얻기 힘드는데, 부업으로 뛰는 보험조사원은 의뢰가 폭주한다. 게다가, 천부적 서바이벌능력이라는 반갑지 않은 재능 덕에, 제대한지 십수년은 될 것 같은 SAS에서도 툭하면 그를 찾아내 어딘지 알 수 없는 오지나 적지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이만하면 그의 엘리트적 경력과는 상관없이, 그가 불쌍해지지 않는가? 그렇다. 그는 분명 불쌍하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아 되살아나는(?) 그를 보는 것은 왠지 유쾌하다. 상황에 못 이겨 그렇게 되어버린, 처량한 인디아나 존스 같지만, 왠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 '고고학'인 것처럼, 그의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도 '사람'을 더듬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능에 가까운 서바이벌 능력과 한 가득한 인간미를 내뿜는 키튼. 본인은 부정하지만 그는 정말 인생의 달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